이귀란 소설가

더위가 꼭지점에 도달해 한껏 위용을 부리고 있다.

더위가 부릴 수 있는 위용이란 그야말로 뜨거운 열기를 맘껏 내뿜는 것일 게다.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고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고 어른들은 말한다. 그래야만 곡식이 잘 여물어 배부를 수 있으니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디 배만 불러서 살 수가 있을까,
지난 22일 20여년간 꾸준히 시를 써 오던 지역의 모 작가가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를 했다. 같은 문인으로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날도 어찌나 덥던지 행사장은 그야말로 찜통이었다. 작가는 인사말 속에서 오늘을 일생동안 마음에 새기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그

리고 오늘의 뜨거움을 가슴에 담고 문학의 열기로 형상화시키겠다고 진중하게 미래를 비춰줬다.

문학이 유행을 쫓아 경박하고 찰나적인 흥밋거리로 변질되거나,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형상화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사그라드는 이 즈음에, 오늘 등단한 시인이야말로 본질을 잃지 않고 진실의 펜대만 굴리기를 기대한다.

몇몇 지인은 자리를 옮겨 술잔을 기울이며 시인의 내일을 기원해 주기로 했다. 회가 동한 작가들은 목소리가 커지고 손놀림들이 커지더니 또 자리를 옮기자 한다. 그 곳은 다름 아닌 괴산 연풍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막사발 장작가마 축제장’. 우리의 전통 막사발을 굽는 도예가가 둥지를 틀고 사는 곳이다. 마침 이 축제에 참가하려 터키에서 온 도예가와 미국에서 온 작가들이 모여 한국의 정취에 한껏 취해 있던 터라 우리의 방문을 반가워했다.

우리는 둥글게 둘러앉아 어깨동무 한 채 ‘아리랑’을 부르고, 난 ‘고향의 봄’을 부르고 싶다 해 자연스레 고향의 봄을 불렀다. 상투머리로 퉁소까지 한가락 불어주던 주인 도예가는 ‘Home Town Song’ 이라며 소개를 해줬다.

난 그 밤 내내 몸속의 피가 눈물로 승화돼 어른거림을 막느라 애를 먹었다.
그 자리야말로 아름다운 문화교류의 장이었다. 저마다 빛을 발하는 별들과 함께 ‘시’이고 ‘소설’이고 그리고 ‘종합예술의 장’이었다.

우린 그날 몸으로 작품을 쓰고 가슴으로 형상화시키는 체험을 했다.
아무리 뜨거워도 모질게 추워도 작가는 모름지기 진실을 보는 눈과 진실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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