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우석훈 교수의 ‘생태적 상상력을 펼쳐보자’

▲ 우석훈 교수는 생태경제학자로 ‘88만원 세대’출간으로 유명세를 탔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제10대학교에서 생태경제학 연구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로 재직 중이다.

충청매일은 다음달 19일 예정된 미호천 환경 캠페인 ‘미호종개가 돌아오는 미호천을 만들어요’와 관련해 지면을 통해 환경과 생명문제의 중요성을 고취하고자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풀꿈환경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풀꿈환경강좌’는 청주시립상당도서관에서 지난 12일 첫 강좌 ‘우석훈 교수의 생태적 상상력을 펼쳐보자’를 시작으로 오는 11월까지 매달 진행된다. 충청매일은 매달 1회씩 강의 내용을 정리해 게재함으로써 독자들과 함께 환경과 생명의 중요성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 20년을 어떻게 볼 것인가

경제학자는 시대를 구분하는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 우리나라는 프랑스처럼 대통령의 재임시기와 특징으로 구분 짓기 좋은 특성을 갖고 있다. 지난 20년을 구분해 보면, 김대중의 시간은 완화된 신자유주의, 그린벨트 완화라고 특징지을 수 있고, 노무현의 시간은 강화된 신자유주의, 새만금, 신개발주의용어가 등장했다고 할 수 있으며, 이명박(MB)의 시간은 사기꾼의 시대, 공사주의(공사만을 위한 4대강)라고 단정 지을 수 있으며, 박근혜의 시간은 순실의 시대라고 불러야 할 만큼 마땅한 이름 짓기가 어렵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MB와 달리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규제는 필요하다

MB시대에 ‘공사’가 이데올로기였다면 순실의 시대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는 ‘탈규제’가 이데올로기였다. 규제란 규칙과 제도를 합친 말인데 환경은 전형적인 제도시장으로, 예상 가능한 규제의 점진적 강화에 의해 기술혁신이 발생하는 분야이다. 적절한 규제가 동반되지 않으면 환경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세먼지의 발생원인 중 중국의 영향을 70~80%로 잡고 있지만 정확한 조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실제로 조사해 보면 20~30% 수준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발생원인 중 국내 발생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중국은 첨가하는 수준일지도 모르겠다. 미세먼지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규제를 해야한다. 디젤차의 도심 진입을 막고, 엔진의 연소 방법을 규제해야 하는 등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

환경문제는 큰 사건이 일어나면 대책을 마련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 스모그는 런던형과 LA형이 있는데, 스모그가 발생하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기 때문에 대책이 수립되었지만 미세먼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대책을 미룬다. 이처럼 환경문제는 규제를 잘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순실의 시대로 대변되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은 탈규제였기 때문에 대응이 없었다.

●전경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에 있어 규제를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기업권력으로 상징되는 전경련이 해체되야 한다. 전경련은 경제 5단체 중 최순실 일당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단체였다. 대기업 중심으로 회원사는 적고 규모는 크지만 그에 비해 의사결정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소수가 장난치기에 좋았다. 설악산 케이블카 등 기업의 이해가 아니라 순실의 민원창구와 같은 기능을 했다. 전경련은 일단 해체하고 대기업 논의의 필요가 사회적으로 제기되면, 투명한 공익재단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

●국회선진화법

2012년 MB정부시절 4월 총선직전, 새누리당은 총선패배를 직감하고 야당으로 버틸 각오로 정족수 6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국회선진화법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새누리당이 승리했지만, 덕분에 순실이 원하던 법의 통과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례로 고속철도 SR의 사기업화, 의료민영화법 등이 있었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많은 규제 완화 관련법들이 통과되지 못한 점은, 아이러니하게 부지런한 새누리당에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1998년 이전은 풍요의 사회였다면 이후는 무척 어려워졌다. 주식시장은 한 두달, 1년을 보면 흐름의 폭이 급변하지만 5년 단위로 주가지수를 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현재 우리의 경제는 정체 돼있다.

류성룡은 징비록에서 ‘임진왜란 때 도성을 버려야 할 이유’를 말했다. 성을 지키려면 최소 3만 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실제 병사는 7천명에 불과했다. 결국 병력은 서류상에서만 존재했던 것이다. 그래서 도성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우리의 경제가 괜찮다는 정부의 말과 지표는 어쩌면 임진왜란 때처럼 ‘서류상으로만 있는 경제’와 같다는 말이다.

●환경문제를 풀면 경제가 보인다

경제성장률, 종합주가지수, 1인당 명목소득 증가율, 실질소득 증가율, 가계부채 규모 증가추이, 저임금 노동자 비율, 청년일자리 등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경제 지표는 정부와 말과는 달리 그다지 좋지 않다. 또한 출산율은 떨어지고 노령화는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경제 성장이 고용위주로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을 해왔고 그로 인한 사회적 모순으로 반공해, 생태주의와 같은 환경 담론이 생겼다. 이제는 압축성장이 종료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환경담론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환경과 경제는 충돌의 의미가 아니다. 오바마의 그린 칼러 이코노미나 독일의 탈핵고용은 환경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다. 원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 분권정책을 쓰면 소규모 발전소들이 지역마다 생기게 되고 운용인력이 늘어나 많은 사람이 고용된다. 저성장의 시대 환경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고용이 중요해진 지금의 현실에 환경문제를 제도적으로 풀면 경제가 풀릴 수 있다.

정리=심서현(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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