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봄이 되면서 새벽 산책하러 나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날씨부터 보게 된다. 예보 가운데 아침 온도보다 작은 글자로 표시된 미세먼지 지수를 보아 매우 나쁨이면 집에 있고, 나쁨이면 마스크를 쓰고 나간다. 우리의 경우 약 20여 년 전부터 대기오염물질을 규제하는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미세먼지를 예보한 것은 2013년이 되어서이고, 초미세 먼지는 2015년부터 예보를 하고 있다.

최근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울·베이징·델리의 공기 오염이 매우 심각하며, 한국은 공기 오염으로 해마다 약 90억 달러(한화 약 10조410억 원)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FT는 이어 한국 정부가 올해만 85차례의 미세먼지 주의보를 발령했다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1건)보다 100% 증가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이 원인이라는 막연한 주장과 함께 정책 부재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우리가 주는 영향이 크다는 보도가 있으면서 환경정책에 대하여 작은 분노마저 가지게 되었다. 이에 대응하여 최근 대선후보들이 앞다투어 미세먼지 대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임기 내에 국내 미세 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석탄 화력발전소와 경유차를 줄이고, 미세 먼지 관련 기준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미세 먼지를 국가 재해 재난에 포함시켜 국가 대응 메뉴얼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미착공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해 허가를 보류하고, 친환경 에너지 발전으로 계획을 변경하겠단다. 또 미세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11월부터 4월까지는 화력 발전소 가동률을 70%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미세먼지에 대한 원인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성이 있을 것인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책문제에 대한 정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책문제에 대한 정의가 올바르지 않으면 제3종 오류라는 메타오류(meta error)를 가져온다. 메타오류는 바다로 가야 할 배가 산으로 가는 오류를 의미한다. 즉 미세먼지가 고등어를 굽는 데서 나온다고 생선구이 집 영업을 중단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지난 10여년 동안 매연으로 마스크 쓰고 다니는 베이징 시민을 보고 성장했지만, 저발전 국가로 취급했고, 인도 델리의 인디라 간디공항에 밤늦게 내려서 엄습해오는 그 매캐한 냄새와 아침 안개와 뒤섞여 도시에 내린 스모그를 보면서 사람 살 곳이 못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서울은 인도 델리, 중국 베이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 모두 석탄화력발전과 클린 디젤을 환경문제 해결인 것처럼 생각한 정책 무지의 결과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는 데 환경문제에는 적용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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