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證道歌字)’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이 7년 만에 막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서울 다보성고미술관 등이 고려 금속활자라고 주장하는 ‘증도가자’에 대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에 대해 문화재위원회 검토 결과 서체, 주조 재현과 조판 실험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보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입증될 수 없다고 의결했다. 문화재청은 신청 활자의 표면층, 부식생성물 및 내부 금속의 주성분, 미량 성분을 분석한 결과 청동유물에서 나타나는 데이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활자의 내부구조 및 표면조사에서도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보다 138년 이상 앞선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더 이상 의미 없게 됐다.

논란의 시작은 2010년 당시 한국서지학회장이었던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에 의해 촉발되었다. 남 교수는 다보성고미술관에서 ‘증도가자’ 공개회를 열어 다보성 측이 소장한 고활자 100여 점 중 12점의 글자가 13세기 초 고려에서 금속활자 번각본(飜刻本)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찍을 때 사용한 활자가 확실하다고 발표했다. 번각본은 이미 만들어진 책을 목판에 뒤집어 붙이고 새겨 찍어낸 책이다.

남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상주 중원대 교수가 반론을 제기하면서 진위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 교수는 “붓으로 글씨를 쓰는 방법인 운필법, 즉 서법을 중심으로 분석했다”며 남 교수가 보물 758호 ‘증도가’의 글자와 서체, 크기 등이 일치한다고 발표한 고려금속활자 12점 가운데 ‘明(명), 善(선), 所(소), 平(평), 於(어)’ 등 5자에 대해 먼저 반론을 제기하면서 꾸준히 가짜라고 주장해 왔다.

문화재청의 오랜 시간 조사로 7년 만에 ‘증도가자’는 가짜임이 판명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까지 동원돼 과학적인 검증 등을 토대로 이번에 최종 결정이 나기까지 그동안 학계에서도 서로 눈치를 보며 소모적인 시간을 끌어 왔다. 그동안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는 ‘직지’의 위상도 혼란스러웠다. 만의 하나 ‘증도가자’가 진짜일 경우 금속활자의 역사가 바뀌는 것이다. 금속활자의 역사가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일이지만 ‘직지’를 세계최고의 활자본으로 인식하고 이를 시의 상징 브랜드로 삼고 있는 청주시로서는 안타까운 일이기도 했다. 늦었지만 7년 만에 진위여부 논란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천만 다행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프랑스에 가 있는 ‘직지’ 원본 환수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혹시 어딘가에 존재 할지 모르는 활자본 찾기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청주시는 ‘직지’의 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인식하고 직지와 관련된 연구 학술활동과 시민 홍보, 직지의 브랜드화 등 직지가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본으로서 당당하게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더욱 역량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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