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옛날 어떤 사람이 아들 오형제를 두었다. 아들들은 장성해서까지 서로 싸우고, 헐뜯고, 자기 이익에만 혈안이 됐다. 형제간에 우애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고, 늘 불화불목(不和不睦)하는 관계에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늘 괴롭고 슬펐다. 자식 걱정으로 괴로워하던 아버지는 늙고 병이 들어 앓아눕게 되었다. 점점 날이 갈수록 아버지의 병세는 악화 되었다. 임종(臨終)이 가까워지자 오형제가 아버지 앞에 모였다.

아버지는 큰 아들에게 회초리 5개를 가져오라 했다. 그리고 그 하나를 분질러보라 했다. 큰 아들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나뭇가지 하나를 분질렀다. 그러자 막내아들에게 나뭇가지 4개를 함께 분질러 보라했다. 막내아들은 함께 분질러보고자 했으나 되지 않았다. 그러자 그 아버지는 힘없고 가냘픈 목소리로 말했다.

‘너의 형제들이 뿔뿔이 헤어지고 서로 헐뜯고 싸우면 한없이 약한 것이지만 서로 힘을 합하면 강건한 힘이 되니 서로 싸우지 말고 돕고 의지해 살아야한다’는 말을 간신히 마친 아버지는 영원히 눈을 감아 버렸다. 졸지에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뼈아픈 유언까지 들은 이들 오형제는 어떻게 살았을까. 나뭇가지를 꺾어가며 가르치고자 했던 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유언을 한평생 잊을 길 없는 감동을 느끼며 살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고 형제간의 사랑을 다짐하며 살았을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던 무능한 선장은 감옥에 가있고, 풍파에 위태로운 나라를 구하는 선장이 되겠다는 리더가 다섯 사람이나 된다. 5개정당의 대선주자가 결정 된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국정을 위한 법안 하나라도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지난 양당 체제에서도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남긴 분열상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정치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통합의 기치를 내걸고 무소속출마를 선언한 후보도 있다.

5·9대선은 한국정치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전직대통령 파면에서 비롯된 조기대선 이라는 점과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국가 위기상황에서 벌어지는 대선이다. 우리국민이 대통령을 제대로 선출하지 않으면 산업화 민주화로 이룩한 성공국가로서의 업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국민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한다. 미-중 간의 패권과 북핵위협 속에 국가안보가 보다 튼튼해야 하고. 사회질서 전반의 개혁도, 정경유착의 재벌구조개혁도, 금 수저, 흙 수저 양극화의 불만도, 촛불, 태극집회로 갈라진 민심의 치유도, 모두가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으로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리더가 풍파에 기울어진 한국 호를 바로세울 수 있는 선장의 능력이 있을까. 어떤 후보가 소통과 협치의 시대정신에 맞는 인물일까. 5형제의 아버지가 나뭇가지를 분질러 가며 아들을 가르치려 했던 심정으로 대선후보의 검증만큼은 철저히 해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임종을 앞둔 아버지의 유언처럼 국가존망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리더를 선출해야하는 국민의 몫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