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윤 대전대청주한방병원 내과2 교수

‘화병’이란 ‘울화병’의 준말로, 분노와 같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여 화의 양상으로 폭발하는 증상이 있는 증후군이다.

화병은 억울함, 분함, 화남 등의 감정이 부적절하게 억제되어 장기간 누적됨으로 인해 발생하며, 특히 이러한 부정적 감정이 매우 중요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발병 시점은 일반적으로 부당한 대우, 부정적 사건 또는 충격 등의 정신적 외상이 있은 후 적절히 해소되지 못한 채로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나서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로 설명된다. 증상의 발병 이후에는 환경, 신체증상, 억울함, 분함, 기억의 반추, 억압, 억제 등이 화병의 지속인자가 된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4판(DSM-IV)에는 각 문화권의 특성을 반영한 증후군 가운데 한국 문화와 관련이 있는 분노 증후군(Korean culture related anger syndrome)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는 전통적 가치를 강조하며 불공평한 상황을 인내하도록 강요받는 문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통계 조사에 따르면 50대 여성에서 가장 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증상으로는 불면, 피로, 공황, 임박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우울 정동, 소화불량, 식욕부진, 호흡곤란, 빈맥, 전신동통 및 상복부에 덩어리가 있는 느낌 등이 나타난다. 다른 질환들과 중복되는 증상이 많으므로 감별 진단이 필수적이며,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환과 갑상선질환, 소화기계 질환과의 감별이 요구된다.

화병은 핵심 신체증상 및 심리증상, 관련 신체증상 및 심리증상, 심리사회적 기능, 스트레스 및 의학적 질병 여부를 확인하여 진단된다. 그 중 핵심 신체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힘’ ‘치밀어 오르는 느낌’ ‘얼굴이나 가슴의 열감’ ‘목이나 명치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짐’ ‘억울하고 분한 마음’ ‘마음 속에 화가 쌓여 있거나 분노가 치밈’ 등의 6가지이다.

한편 화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화병의 치료법에 대해 ‘사고의 전환과 용서’가 47.7%, ‘스트레스 원인 해결’이 34.4% 로 조사되었으며, 치료 가능성에 대한 인식에서는 ‘불가능’을 응답한 환자가 52.7%로 가장 많았다. 이는 스트레스 원인은 사실상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여기고, 마음을 다스리지 않는 한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는 경향을 반영한다. 화병의 개선을 위해서는 지속 인자에 대한 치료와 생활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화병으로 의심되는 환자는 한방의료기관에 내원하면 화병의 유형에 따른 치료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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