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앞으로 올라가야 할 배가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배끌이들이 안간힘을 쓰며 용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배가 자꾸만 뒤로 밀렸다. 배가 떠내려가다 급한 물살에 뒤집히기라도 하면 이만저만한 손해가 아니었다. 다급한 마음에 둑을 허물고 있던 뱃꾼들도 쏜살같이 달려와 배끌이들과 힘을 합쳐 밧줄을 잡아 당겼다. 하지만 불어난 물과 급하게 내리쏟는 물살로 인해 배가 올라가기는커녕 점점 아래로 떠밀려갔다. 밧줄을 잡고 있던 사람들도 배와 함께 끌려가기 시작했다. 풍원이도 물로 뛰어들어 배를 붙잡았다.

“갈곤쳐!”

배끌이들이 풍원이를 보며 방해된다며 나가라고 했다. 그래도 풍원이는 그들과 함께 배를 잡고 늘어졌다.

“이러다 뒈지겄네!”

“힘줘!”

배끌이들이 끌려가며 악을 썼다.

그때였다. 강바닥이 뒤흔들리며 위쪽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물가로 나갓!”

도 선주가 덕판 위에서 소리쳤다.

배에 붙어 용을 쓰고 있던 사람들은 위에서 일어난 상황을 알지 못했다. 천둥치는 소리는 포탄여울을 막아두었던 돌둑이 터지며 나는 소리였다. 물을 가둬두었던 위쪽 돌둑이 한곳으로 몰리는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일시에 ‘와르르’ 무너졌다. 둑이 터지자 가둬두었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멍석물!”

도 선주가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장마철에나 볼 수 있는 멍석물이었다. 상류에 폭우가 쏟아지면 급격하게 수위가 높아지며 물이 꼿꼿하게 서서 내려왔다. 사람의 열 길은 능히 넘는 높이였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은 그 물을 멍석물이라고 했다. 멍석물은 마치 멍석처럼 모든 것을 둘둘 말아버리듯 쏟아져 내리며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아무리 노련한 뱃사람이라도 멍석물에 휩쓸리면 다시는 햇빛구경을 할 수 없었다.

포탄여울이 터지며 쏟아져 내리는 급살물이 마치 멍석물처럼 거셌다. 뱃꾼들과 배끌이들이 도 선주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기름쟁이처럼 물위로 튀어올랐다. 그리고는 잽싸게 물골을 빠져나와 자갈밭으로 피했다. 하지만 풍원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경험이 많은 뱃꾼들과 배끌이들은 멍석물 소리에 물살을 피해 황급하게 물가로 올라섰지만, 멍석물이 뭔지도 모르는 풍원이는 떠내려가는 배와 함께 급살물에 휩쓸리고 말았다. 여울물이 물골을 타고 폭포수처럼 내리쏟았다.

“하마터면 물고기밥 신세 될 뻔 했구먼!”

“하이고! 이놈의 일은 맨날 저승사자를 끌어안고 사는 겨.”

“때려 치던지 질래 하다 제 명에 못 살지.”

겨우 한숨을 돌리고 나자 제각각 푸념을 늘어놓았다.

“헌데 풍원이는?”

그제야 도 선주가 풍원이를 떠올렸다.

“풍원이가 누구요?”

“배끌이들이 물었다.

“배에 잔일 하는 애요!”

“솜털 보송보송한 그놈! 아이고!”

배끌이 중 한 사람이 생각났다는듯하더니 이내 탄식을 쏟아냈다. 그러더니 물골 아래 소로 달려갔다. 다른 배끌이들과 뱃꾼들도 소로 달려갔다. 소에는 멍석물에 휘말려 산산조각 난 도 선주의 짐배가 소용돌이치며 돼지우리를 치고 있었다.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깊이를 알 수 없다던 소는 부서진 배의 널빤지와 실려 있던 짐들이 뒤엉켜 쓰레기 더미처럼 보였다.

“난 소 밑으로 들어가 볼테니, 다른 사람들은 물 위에 떠있는 뱃조각들을 잘 살펴보게. 혹여 부서진 뱃조각이라도 잡고 있을지 모르니…….”

혹시나 하는 바람으로 배끌이가 소로 들어가더니 잠영을 해 물 밑으로 사라졌다. 소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물 위에 뜬 부유물들을 세세하게 살폈다. 그러나 풍원이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틀렸어. 죽은 게여!”

사람들이 모두들 체념을 하고 있을 즈음 물 밑으로 들어갔던 배끌이가 긴 숨을 토해내며 올라왔다. 그리고는 옆구리에 사람을 끼고 있었다. 풍원이었다. 이를 구경하던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사람들이 달려들어 배끌이와 풍원이를 물가로 끌어올렸다.

“숨은 있는 겨?”

“숨은 없는디 맥은 살어있어!”

맥이 살아있다는 말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또다시 환호성을 질렀다. 저마다 달려들어 굳어진 다리와 팔을 주무르고 입으로는 숨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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