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명 희 / 이명희 민화연구소

성경에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삼십 팔 년 된 병자가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해마다 물이 오를 때 제일 먼저 못에 들어가는 환자의 병이 낫는 베데스다 연못을 그는 해마다 찾아오지만 들어가지 못한다.

“주여 내가 들어가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먼저 들어가나이다”라고 호소하는 병자에게 예수님은 “네가 낫고자 하느냐” 묻는다. 환자들이 병을 낫는 것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낫고자 하는 환자 자신의 강한 의지라는 것을 가르쳐 주시는 장면이다.

미술치료 요법을 행하다 느끼는 안타까운 점은 정신분열 환자들은 낫고자하는 정신적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통사람들과 달리 판단력과 인지가 떨어지는 환자들이 의지가 뒤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집 베란다에 풍란이 있다.

예사롭지 않은 눈썰미의 풍란은 미술치료 요법을 인연으로 만난 환자가 퇴원 기념이라며 내게 선물을 한 것이다. 그는 요법 시간마다 재미있다면서 열심히 그려 다른 환자들 보다 훨씬 빠른 진척을 보였기에 더 관심이 가던 환자였다.

날마다 물을 주고 닦아주어 반들반들 윤기가 도는 풍란을 바라볼 때마다 그 환자의 사슴처럼 순한 눈이 생각난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예수님은 병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서 물으셨다.

사람에겐 누구나 자신을 들어내고자 하는 욕망과 자신을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을 좋아하는 본성이 있다고 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환자들이지만 한 달만 지나면 금방 정이 들기에 상태가 좋아져 퇴원을 하면 서운하다. 당연히 축하해 주어야 할 일이지만 한편으론 서운한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그들에게 사랑을 쏟았다는 증거니 자부심도 생긴다.

“여러분! 빨리 나아서 집에 갔으면 좋겠지요. 열심히 그림 그리면 금방 나을 수 있습니다.”
도화지를 앞에 놓고 앉아있는 환자들 중에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낫고자 하는 의지를 가르쳐주신 예수님께서 양떼를 거느리고 맑은 초장 푸른 물가로 인도하는 모습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는 것이 오늘의 요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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