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순 청주시 하천방재과 방재정책팀장

청주시는 1인 1책 펴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부터 실시된 이 운동은 올해로 11돌을 맞이했다. 평소 나도 글 쓰는 것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 매해 초 시책을 발표하고 연말에 출판 기념회를 할 때마다 눈 여겨 보았었다. 그러나 책을 펴내기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관망만 하고 있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주저함이 아닐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고 싶지만 선뜻 다가서지를 못하고 서성이고 있을 것 같다.

때마침 나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그것은 ‘책 쓰기 과정’ 교육이었다. 교육을 신청할 때도 나는 나에게 수차례 자문을 해보았다. ‘너 그거 할 수 있겠어?’하며. 교육을 신청해 놓고도 자신에게 또 물어봤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그냥 일이 생겨 못한다고 취소하지 않을래?’ 그러나 두려움보다는 책을 써보겠다는 나의 의지가 승리했다. 그래서 교육 신청 10여 일이 지난 후 첫 수업에 발을 들였다.

그날 수업에서는 자치연구소 연구소장님이 3시간 내내 진행을 하였다. 책은 ‘알기 때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때문에 알게 되는 것’ 이라 한다. 이 말을 듣고 나는 내 얄팍한 지식으로 책을 써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었다. 또 책 쓰기를 하면 나타나는 10가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①학습 효과 ②명함 효과 ③정리 효과 ④후광 효과 ⑤학력, 전공 초월 효과 ⑥자기계발 효과 ⑦경제 효과 ⑧홍보대사 효과 ⑨몸값 상승 효과 ⑩지적자산 효과 등이다.

실로 엄청난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 많은 효과를 바라지도 않는다. 이 중 절반의 효과만으로도 나는 아주 만족할 것 같다. 강의 마지막에 반장의 A4용지 1장을 나눠줬다. ‘1인 1책 쓰기 선언서’였다.

[나는 (     ) 위해 (     )에 관한 책을 쓰겠습니다. 나는 (     )에 관한 책을 (    )년 월 말까지 반드시 탈고할 것을 1기생 동료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약속하며 이를 기필코 실천할 것을 선언합니다.] 라는 내용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아무런 준비가 없었기에 10여 분 동안 단지 몇 칸을 채우기 위해 고뇌에 찬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기억 저 밑바닥을 휘저으며 그 답을 찾느라 애를 썼지만 신통치가 않았다. 그래서 간신히 남이 볼까봐 깨알 같은 글씨로 수줍게 그 칸을 채웠다. 그러나 그것은 준비되지 않은 자신 없는 선언서였다. 다시 시간을 두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보리라 다짐했다.

첫 수업 마지막은 어딜 가든 첫 수업시간이면 통과의례로 실시하는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나는 누구이며 왜 이 수업을 듣게 됐는지를 앞으로 함께 수업을 들을 수강생들에게 얘기했고, 좀 전에 적은 선언서 내용을 발표했다. 무대 울렁증을 날려보려고 스피치 강좌까지 들었는데 여러 사람 앞에 서니 배움은 어딜 가고 긴장과 떨림이 호흡을 가쁘게 했다. 하지만 아닌 척 대담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내 소개를 했다. ‘제 이름은 우리나라 총리를 지내셨던 분의 함자에 ‘ㄴ’자를 한자 더 붙이면 제 이름이 되는 한승순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저를 한 총리라고 부릅니다. 저희 직장에서 제가 직위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다들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니 긴장이 조금 풀렸다). 이 수업에 참여한 동기는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어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교육과정이 생겨 그걸 실천할 기회로 삼고 싶어서 입니다…’

도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언서에 썼던 약속이 지켜질지 못 지켜질지 모르지만 나는 용기를 냈고 또 노력할 것이기에 성공의 가능성은 0퍼센트에서 100퍼센트까지 확장됐고 생각한다. 나 혼자 무엇을 이루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도움을 받아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홀로 뛸 날도 올 것이고 언젠가 목적지에 올라 기쁨의 환호성을 외칠 날이 올 것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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