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삶의 만족도가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수준, 고용일수, 사회보험 가입률 등이 어느 것 하나 일반근로자에 비해 나은 게 없어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하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지난해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삶에 만족하는 근로자는 10명 주 1명(14.9%)에 불과했다. 반면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37.2%였다. 근로자들이 가장 불만족스러워하는 부분은 복리후생, 노동강도, 노동시간, 일에 대한 사회적 평가, 고용불안 등이었다.

특히 가정생활 유지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임금은 41.6%가 불만을 토로했다. 건설근로자의 평균 일당은 15만3천원이었다. 단순 계산으로 한 달 평균 20일을 근무한다면 월 300만원이 넘는다. 그리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실제 평균 연봉은 2천3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전체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2014년 기준 3천240만원)의 70% 수준이다.

건설근로자의 연봉이 일당에 비해 낮은 것은 근로자 대다수가 일용직이라 일감이 없어 쉴 때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근로자의 연간 평균 근무일은 149일로 연중 주말과 공휴일 등을 뺀 220일 중 90일은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수입이 적다 보니 사회보험 가입률도 낮았다. 그나마 고용보험 가입률은 63.9%로 높은 편이었지만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가입률은 각각 15.2%, 14.7%에 머물렀다. 20일 이상 근무하지 않는 한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의무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적 맹점과 빈번한 현장 옮기기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발표는 최근 1년간 근로기록이 있는 비교적 사업장 환경이 양호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것을 토대로 했다. 국내 건설현장 대부분 근로조건이 열악한 것을 감안하면 근로자들이 체감하는 만족도는 이보다 훨씬 밑돌 게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건설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공사비부터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건설현장은 일정한 규모를 건설업체가 나눠먹는 구조다. 따라서 건설업체 사업주들은 효율을 내세워 하청에 하청을 주고 싼 임금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식이다. 결국 부족한 공사비에 건설업자들의 이익 나눠먹기가 더해지면서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측은 건설근로자들의 고양안정과 생계안정을 위한 고용·복지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업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건설업자들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이 적절한 정책수단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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