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690년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개혁을 추진하여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국력을 튼튼히 하였다. 이로써 천하의 최고 강자로 부상하였다.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이 살기 좋아지자 문화와 유행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환공은 여러 가지 색깔 중에서 특히 자주색을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옷도 자주색만을 고집하여 입었다. 조정의 대신들과 왕실의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자 이전의 복색은 무시하고 왕을 따라 모두 자주색 옷을 입고 다녔다. 이 소문은 곧바로 지방 관리들에게 전해졌고 급기야 온 나라 백성들에게까지 알려졌다. 그러자 성 안과 밖에 모든 백성들이 자주색 옷을 즐겨 입고 다녔다.

백성들은 자주색 옷을 입기 위해서는 자주색 옷감이 필요했다. 그러자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주색 옷감 가격이 하루하루 폭등하였다. 이전에는 자주색 비단 다섯 필을 주어야 가장 비싼 비단 한필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되어 가장 비싼 비단 다섯 필을 줘야 겨우 자주색 비단 한 필을 살 수 있었다. 자주색 옷감 하나 때문에 시장거래가 이렇게 이상하게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자주색 옷감은 백성들에게 큰 걱정거리였다. 누구나 다 입는 자주색 옷을 못 입는다는 것은 마을에서 왕따가 되는 일이라 집안 재산을 팔아서라도 자주색 옷감을 구입하려 애썼다. 하지만 이미 귀한 물건이 되어 일반 백성들은 도무지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주색 옷감이 백성들에게 걱정거리가 되자 지방 수령들이 각처에서 상소를 올리게 되었다. 환공이 이들 상소를 읽어보고는 근심과 걱정스런 마음으로 재상인 관중(管仲)에게 해결책을 물었다.

“자주색 옷감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데, 백성들은 여전히 자주색 옷감을 찾으니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이에 대해 관중이 대답하였다.

“이는 군주께서 모범을 보이시면 곧바로 해결될 문제입니다. 먼저 군주께서 지금 당장 자주색 옷을 멀리하시고, 신하 중에 자주색 옷을 입는 자가 있으면 꼴도 보기 싫다고 물러가라 하시면 됩니다. 그리하면 자주색 옷감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환공이 그날로부터 관중의 말대로 실행하였다. 그러자 조정이며 거리에서 그토록 많았던 자주색 옷들이 점차 사라졌다. 사흘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나라 안에서 자주색 옷을 입은 자는 단 한 사람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는 ‘한비자(韓非子)’에 있는 이야기이다.

이신작칙(以身作則)이란 군주가 먼저 실천하여 모범을 보임으로 일반 백성들이 법이나 규칙을 잘 지키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즉 군주의 행동은 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작은 행위 하나도 너무나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이 자신의 군주가 다른 나라 군주에 비해 옳다고 여긴다면 이는 분명히 강한나라이다. 강한 나라는 대체로 백성은 군주를 존경하고 군주는 백성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작금의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 선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에는 기필코 역사에 남을 존경하는 대통령을 한 번 뽑아보자. 희망찬 대한민국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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