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꽃샘바람이 쌀쌀하게 불고, 미세먼지로 희뿌연 4월 하늘을 보는 마음은 오늘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답답하고 우울하다. 지난 세월 4월에 일어난 재난을 생각해보면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이었나보다.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의 희생을 가져온 4·3사건을 비롯해 3·15부정선거로 촉발된 4·19혁명은 주권재민의 헌법정신을 일깨운 계기가 됐다.

2010년 3월 26일 우리해군 천안함이 북한의 지뢰도발로 침몰, 해군용사 46명이 희생됐다. 며칠전 3월 26일에는 제7주기 추도식이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과 남편의 영정을 떨리는 손으로 쓰다듬으며 목 놓아 통곡하는 모습을 보아온 우리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을 어찌 생각해야 할까. 공산주의자들의 일맥상통하는 음흉한 만행을 가슴깊이 새기고 국가안보에 있어서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는 생각으로 국론 통일의 힘을 보여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 진도앞 바다에서 제주도 수학여행 가던 단원고 학생 304명이 세월호 여객선 침몰로 희생된 참사가 일어난 것이 3년 전 이였다. 시신조차 찾지 못한 9명의 영혼을 두고 3년 만에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인양작업을 마친 세월호가 목포항으로 와서 4월을 맞이했다. 4월의 검은 바다가 삼켜버린 아들 딸, 그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던 엄마들의 심정은 어찌 땅을 치고 통곡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도 자식 잃은 슬픔을 가슴에 묻고 살며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이 사회를 원망하는 엄마들의 절규가 온 국민의 마음을 울리며 광화문 촛불시위로 요동치고 있지 않은가.

4월은 갈등과 분열로 얼룩진 위기의 난국을 풀어갈 현명한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점 에서 우리 국민의 고민이 크다. 막강한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이 비선을 통한 국정농단, 불통과 독선에 의한 권력 남용으로 탄핵되고 파면돼 법의 심판대에선 참담한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4월을 보내는 마음이 무겁고 걱정스럽다. 짧은 대선기간이지만 인물검증, 정책검증을 냉정하고 철저히 해야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 4당의 대선주자를 뽑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누가 국민과의 소통과 협치를 통한 화합의 정치를 이끌 지도자일까. 누가 국가 미래비전을 올바르게 제시하고 국민과 함께 감수할 진솔한 공약을 하고 있나. 또 국민의 입맛에 맞게 비현실적인 포퓰리즘 공약을 하고 있는지. 한편에서는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이중적 태도로 인기영합을 하고 있는지, 이번만은 속지 말아야한다. 확실한 국가안보관과 합리적인 통치철학이 있는지 깐깐하고 까다로운 검증을 해야 한다. 또 다시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패권주의를 청산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 철저한 인물검증을 하는 정도에 따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이것이 잘못되면 4월의 울분은 더욱 클 것이고 잔인한 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뿌연 미세먼지 뒤덮인 하늘을 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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