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성향 위축으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저축률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6년 국민계정 잠정’에 따르면 작년 총저축률은 35.8%로 전년보다 0.2% 포인트 올랐다. 외환위기 여파가 작용한 1999년(35.9%)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총저축률은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이 쓸 수 있는 소득 가운데 안 쓰고 남은 돈의 비율을 의미한다. 저축률이 상승했다는 것은 소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밑돌았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전년에 비해 4.5% 늘어난 반면 최종소비지출은 이보다 낮은 4.1%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지출 비중은 1990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총저축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주체별로 보면 가계와 기업을 더한 민간 총저축률은 28.0%, 정부총저축률은 7.8%로 잠정 집계됐다.

문제는 민간의 소득이 좀처럼 불어나지 않는데 있다.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보니 소비나 투자를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총처분가능소득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됐지만 가계 비중은 줄었다.

지난해 가계들이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금융거래를 통한 여윳돈 규모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과 연관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가계의 금융 자산에 비해 금융 부채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가계가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규모는 143조원으로 전년보다 14조3천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보험 및 연금준비금,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등에 대한 투자는 대폭 감소했다.

이처럼 가계의 금융거래를 통한 여윳돈이 크게 감소한 것은 주택 구입을 위해 저축이나 금융자산 투자를 줄이고 부채를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는 81조8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4조8천억원이나 늘었다.

금융자산에 비해 금융부채가 크게 늘면서 가계의 건전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경우는 지난해 세금 수입이 크게 늘면서 여유자금 규모가 크게 확대됐지만 가계는 여윳돈이 없어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가계 건전성 악화가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우리 경기 전반에 대한 불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건전성은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가계부채 해소나 가계 저축률 향상을 위한 경기부양 대책이 나와 줘야 한다. 가계 저축률 최저 수치는 고스란히 소비와 연계된다. 경기 회복을 위해서도 가계 저축률 회복이 관건이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 맸다면 이제 허리띠를 풀어 그 몫이 가계로 돌아가도록 해법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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