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희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히말라야 산맥 중에 하나인 안나푸르나(4천130m) ABC코스를 올라가면서 하루 종일 머리에 되뇌이던 말이다. 몇 년 전, 젊은 패기 하나로 안나푸르나 등반을 결심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좋아하던 웹툰에서 여자 혼자서 배낭을 메고 안나푸르나를 등반한 것을 보고 용기가 생겨서 생전 좋아하지도 않던 등산을 아무 생각 없이 덜컥 결정해 버렸다.

여행의 시작은 비행기 티켓 구매와 함께 시작됐다. 평소 사소한 건 엄청 우유부단하고 결정하지 못하면서 또 이럴 때는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환불불가인 저렴한 티켓을 발권해놓고 만반의 준비를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결국 이미 그곳을 등반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한 것 외에는 특별한 준비 없이 안나푸르나의 시작점인 네팔 행 비행기에 몸을 맡겼다.

그래도 조언을 듣고 등산용 지팡이 2개를 챙겨간 것이 가장 잘한 일이었다. 수학여행 때도 등산한다고 하면 항상 산 밑의 화장실에 숨어있던 나는, 지팡이는 당연히 한 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 나의 두 발을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두 개의 지팡이 덕에 내가 무사히 등반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네팔의 어느 한인식당에서 받은 지도 한 장을 들고, 돈을 아끼기 위해 가이드나 짐꾼은 따로 고용하지 않고 함께 간 친구와 함께 8박9일의 여정을 시작했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는 일반인도 장비 없이 올라갈 수 있는 곳으로, 산세가 험하지 않고 풍경이 수려해 관광객이 매우 많은 유명한 코스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등반 중인 앞사람을 따라가기로 했다. 4천130m 고지에 다다르기까지는 매우 많은 로지(Lodge, 숙식을 해결할 수 게스트하우스)가 곳곳에 있어서 힘들면 그냥 그곳에서 쉬어가면 됐다.

하지만 저질 체력인 내가 9일 동안 계속해서 산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힘들면 쉬어가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군가와 경쟁해서 빨리 올라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올라가다 힘이 들면,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아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쉬어갔다.

산행 도중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산악인 박영석 대장님을 만나는 행운도 있었고, 함께 같은 곳을 향해 등반하던 모든 이들이 나의 안내자이며 동반자였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설산도 정말 지겹도록 많이 보았고, 일출과 일몰도 특별한 그런 곳이었다. 수년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생생한 그 기억이 지금도 잠시나마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올해에는 매년 세웠던 평범한 계획 말고, 언젠가 한번쯤 해보고 싶었던 꿈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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