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란의 해피마인드] 자전거
[오정란의 해피마인드] 자전거
  • 충청매일
  • 승인 2017.03.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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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해피마인드 아동가족 상담센터 소장

중학교 입학 선물로 어머니께서 자전거를 사주셨다. 파스텔톤 하늘 색깔의 자전거였다. 자전거 앞부분에는 하얀색 철제 바구니가 매달려 있었다. 나는 자전거가 아주 마음에 들어 빨리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며, 자전거를 타고서 학교 가는 것을 상상하며 잠들곤 하였다.

자전거는 등하교용이었다. 자전거 덕분인지 중학교 생활이 무척 기대됐다.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는 교복을 입었기에,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탄다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진 일이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날도 학교가 끝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었다. 3월의 바람은 쌀쌀했고, 공기는 차가웠다. 나는 목에 두툼한 목도리를 두르고 있었다. 내리막길에서 속도가 붙자 목에 감았던 목도리가 바람에 풀어졌다. 목도리가 자전거 바퀴에 들어가는 것이 걱정 되어 다시 감으려는 순간, 나는 자전거의 브레이크를 놓쳤고 자전거는 길가에 있는 핫도그 집 유리문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자전거는 아슬아슬하게 기름이 끓고 있는 튀김 솥을 피해 출입문 앞에서 유리문을 부수며 멈추었다. 나는 꼬꾸라졌다. 나는 자전거에서 튕겨 나와 가게 안으로 처박혔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창피한 마음에 아픔도 잊은 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딘가에서 피가 흘려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핫도그 집 주인 아주머니는 급하게 안으로 들어가 수건을 가지고 나오셔서 손에서 나는 피를 닦아주셨고 손을 감싸주셨다.

그 사건 후로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없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는 일은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직 나의 왼손에는 그때 사고로 생긴 흉터가 남아 있다. 흉터는 작고 흐릿해져 있지만 아직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한다. 꽤 오랜 시간이 흘러있지만, 여전히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살아있다.

내가 자전거를 탔던 나이가 됐을 때 아이들은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다. 아이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 있었던 사고에 대한 두려움 뒤로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밤새 잠을 설쳤던 그 밤이 생각났다. 그러나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사고의 걱정으로부터 나는 자유롭지 못했다. 아이들에게도 사소한 자전거 사고들이 있었지만, 아이들은 지금도 자전거를 즐겨 탄다.

올봄, 나는 자전거에 타기를 도전하려 한다. 주변에서 말리기도 하고 사고에 대한 걱정이 나를 붙잡으려 하지만 다시 나는 자전거 타기를 즐겨보고 싶다. 안전하게 살려면 우리는 많은 재미를 놓아야 한다. 도전하는 것에는 많은 위험이 따르기도 하지만 도전함으로써 생기는 기쁨 또한 크다. 그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4월이 오면 나는 자전거 타는 일을 즐겨볼 참이다. 도전하면서 새로운 느낌들을 맞이해볼 참이다. 무심천변은 자전거를 타기에는 최적화된 장소이다. 서툰 자전거 솜씨로도 도전하기에 안전한 장소이기도 하다. 4월에는 무심천에 벚꽃이 핀다. 만개한 벚꽃잎이 흩날리는 무심천변 거리를 자전거를 타며 달리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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