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철 충북도 산림녹지과장

경칩이 지났다. 북사면에 쌓인 눈이 녹아 계곡을 적신다. 늦장 부리는 겨울의 꼬리가 짧아지면서 훈훈한 바람이 불어온다. 도청 정원에 핀 미선나무 꽃잎이 화사하다. 이렇게 계절의 첫인사는 늘 반갑고 새롭다. 봄꽃이 북상하는 속도는 평균 하루 22km라고 한다. 충북 최남단인 영동군 용화면에서 최북단 제천시 백운면까지 직선거리가 140km정도이니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개화의 기쁨은 도내 곳곳에 만발하게 된다.

남녘의 꽃 피는 소식이 북상하는 것을 화신(花信)이라고 한다. 3월에는 또 다른 화신(火信) 이 있으니 바로 산불이다. 불의 3요소인 온도, 연료, 산소가 충만한 것이 바로 봄철이다. 음양오행에서 따지는 목생화(木生火)의 원리를 논하지 않더라도 봄은 산불이 발생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본격적으로 수액이 올라 성장을 준비하는 시기, 기온은 나날이 올라 온갖 자라나는 것들이 어깨를 들썩이는 시기, 건조한 바람이 상승기류를 만드는 시기, 이 세 가지 요소가 완벽한 합을 이루게 된다. 

산불은 이미 시작됐다. 전국적으로 200여건, 우리 도에는 20여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은 가공할 만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이후 칠레에서는 3천112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서울시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숲과 농경지가 소실되고, 11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1천600여채의 주택이 사라졌다. 재산피해가 무려 3천823억원으로 추산됐다. 

우리 도의 산불 준비는 탄탄하다. 지난 3월 6일, 각 시군과 19개 기관 단체가 한자리에 모여 산불방지 유관기관 협의회를 개최했다.

또한 산불감시와 진화인력 1천500명을 취약지에 배치하고 감시탑, 무인감시카메라 223대가 물샐틈없는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0여 산림공무원들이 휴일도 반납한 채 산불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에 신뢰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산불 전담조직인 산림공무원은 반세기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고 보전하는데 몰입하고 있다. 4계절 중에서 봄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들, 가족끼리 꽃놀이 한 번 가볼 엄두도 내지 못한 직업군이 바로 산림공무원이다. 그러나 산불 신고가 접수되면 그 지역의 산세와 그 날의 기상 상황을 토대로 피해 정도와 진화대 투입 규모를 산출할 수 있다. 물론 현장에 도착해서 화세를 보는 순간 진화 예상시간을 판단할 정도의 정확도와 노하우를 체득해 온 것이다.

산불 상황관리는 전투개념의 지휘체계와 노련한 조직력을 담보로 하고 있다. 불머리(火頭)를 중심으로 좌, 우측으로 방화선을 전개하는 지상진화대와 기계화 진화시스템을 가동하는 전문진화대원이 초동진화의 열쇠를 쥐고 있다.

도내 어느 산불현장이든 30분 이내에 출동이 가능한 진천산림항공관리소의 진화헬기에 의한 공중진화는 입체적인 산불진화를 가능케 해 산불의 골든타임인 30분 이내에 대형 산불을 차단하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3월 31일까지 국가안전대진단을 실시한다. 산불 역시 국가와 지역의 안전도를 판단하는데 소홀히 할 수 없는 기준이다. ‘후한서’ 경엄 편에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이라는 고사가 나온다.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는 것’이니 지금이야말로 162만 도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산불조심과 예방에 동참하는 의지가 필요한 시기다. 아까시나무 꽃 필 무렵이면 산불위험이 해소된다고 한다. 그때까지 111일간을 산불방지대책기간으로 설정했으니 우리의 숲이 내내 건강하고 평화롭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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