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1600년 하(夏)나라 걸(桀)왕은 폭정과 부정, 향락과 퇴폐에 빠져 국력은 쇠퇴해지고 나라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 무렵 상(商) 부락의 우두머리 탕(湯)은 인재를 기용하여 점점 세력을 키웠다. 나중에는 천하무적으로 부상하여 걸왕 타도에 나섰다. 하나라 군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너졌고 걸왕은 도주하였다. 이어 천하의 제후들이 탕을 천자에 추대하였다. 탕은 세 번이나 사양했으나 제후들의 간곡함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수락하여 상(商)나라를 세웠다. 천자에 오른 탕이 맨 처음 포고를 내린 것은 뜻밖의 내용이었다.

“조정 대신들은 하나라가 멸망한 이유를 상세히 기술하여 보고하라. 이는 국정에 교훈으로 삼고자 함이다. 또한 관료와 문무백관들은 우선 백성들을 위해 힘쓸 것을 요구한다. 그렇지 않은 신하는 극형으로 다스리겠노라.”

이런 탕의 노력으로 천하는 혼란을 벗어나 안정을 되찾았고 상나라는 국력이 크게 신장되었다. 탕의 행보는 언제나 백성들을 위한 정치가 우선이었다. 하루는 탕왕이 거주할 새로운 집을 짓게 되었다. 기초를 다지려고 땅을 파는데 마침 무명의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 탕왕은 이를 함부로 내버리지 않았다. 엄숙히 명하여 백골을 수습토록 하였다. 그리고 정중히 장례를 치러주었다. 이 일은 소문을 타고 나라 전체에 알려졌다. “탕왕은 이전에 우리가 알던 왕들과 다르다. 죽은 사람도 저렇게 정중히 처리하는데 산 사람은 오죽 잘하겠는가?”

또 하루는 탕왕이 외출을 나갔다가 새를 포획하는 농민을 목격하게 됐다. 나무 위에 그물을 쳐놓고 새를 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농부가 외는 주문을 듣게 되었다. “하늘이든 땅이든 사방 어디든 날아오는 모든 새는 다 이 그물에 걸려라!”

이 말을 듣자 탕왕은 씨도 안 남기는 포획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농부에게 권했다.

“새들을 전부 잡으면 나중에는 무얼 잡을 게 있겠소. 그러니 세 면만 그물을 치고 한 면은 열어두도록 하면 어떡했소?”

농부가 옳은 말이라 여겨 그대로 따랐다. 이 일 역시 사방에 알려졌다. “탕왕은 저렇게 날짐승에게도 자애로운데, 사람에게는 오죽하겠는가.”

후에 탕왕이 정벌에 나서자 사방에서 왜 우리를 먼저 정벌하지 않느냐고 아우성이었다. 동쪽으로 나서며 서쪽 백성들이 그랬고, 서쪽으로 나서면 동쪽 백성들이 그랬다. 모두가 덕(德)으로 다스리는 탕의 인품을 흠모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본기’에 있는 이야기이다.

덕건명립(德建名立)이란 덕을 가지고 세상일을 행하면 자연스럽게 그 이름도 높여진다는 뜻이다. 대통령 선거일이 공고되자 서로 권력을 잡겠다고 사방에서 출마의 변이 시끌벅적하다. 탄핵정국으로 인해 이번에는 백성들이 깨달은 바가 참으로 클 것이다. 도둑놈들을 위한 나쁜 나라가 아니라, 선한 백성들을 위한 좋은 나라를 염원할 것이다. 그러니 올바른 것으로 솔선수범하는 후보자라면 어찌 백성들이 감히 따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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