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청주시 흥덕구 행정지원과 주무관

요즘 번화가에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 손에 인형이 하나씩 들려있는 광경을 흔히 보게 된다. 그 주변을 둘러보면 어렵지 않게 인형뽑기방을 찾을 수 있다. 가게에 들어가 보니 깨끗한 인테리어와 친숙한 캐릭터 인형들이 행인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임기 안에 있는 인형도 물론 귀엽지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삼삼오오 모여 인형뽑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더 재미있다. 두세 번 만에 인형을 뽑은 사람들의 환호성과 여러 번 시도했지만 아쉽게 인형을 놓친 사람들의 탄식이 뒤섞여 가게 안이 시끌시끌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의 인형뽑기방은 2년 사이 20배 이상 급증했다. 청주시 흥덕구 관내 인형뽑기방은 10개소가 성업 중인데 모두가 2016년 이후 영업을 시작한 신생업소이다.

이렇게 인형뽑기방이 성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일각에서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홀로놀이’ 추세와 키덜트(어린이 감성을 가지고 있는 어른) 문화가 영향을 줬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적은 투자 대비 큰 만족감, 즉 ‘성취감’에 있다는 것이 다수의 목소리다. 불황이 찾아오면 적은 돈으로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인형뽑기방과 같은 이른바 불황업종에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들이나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인형뽑기를 통해 성취감을 느낌으로써 단순한 놀이에서 벗어나 냉혹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의 비상구가 돼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형뽑기방은 ‘청소년게임제공업’으로 등록돼 있다.  규정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이 금지돼야 하며, 영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여야 한다. 하지만 자정이 지난 시간에도 불이 환하게 밝혀진 업소가 대다수이며, 무인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뽑기방 특성상 오후 10시 이후에도 청소년 출입을 제재하는 업소도 찾기 힘들다. 인형뽑기는 자칫하면 중독과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일부 청소년들이 용돈을 탕진하거나 탈선의 장(場)이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예방하고자 우리 구에서는 지속적인 지도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업주들의 위법 방지 노력과 이용자 스스로의 현명한 소비이다.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는 인형뽑기방. 불황 속 사행성 조장업소가 아닌 1천원의 소소한 사치로 행복을 주는 건전한 여가업소로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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