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디즘 예술가 김주영, ‘노마드 서사’ 제작
30년간 길 위에서 펼쳐진 예술작업 여정 담겨
거대서사·미시 서사적 관점으로 카테고리 엮어

▲ 노마드 서사 표지.
▲ 노마디즘 예술가 김주영씨.

충북 진천 출신의 노마디즘 예술가 김주영(68)씨가 길 위에서 펼쳐진 30여년의 작업 여정을 책으로 엮었다. 그가 낸 두번째 예술가의 책 ‘노마드 서사 nomadisme narratif’다.

‘노마드 서사’는 예술가의 책과 같이 작가의 손길이 깊게 묻어나도록 직접 편집·디자인하고 수작업을 병행해 제작됐다. 책 자체가 예술작품인 셈이다.

책의 구성은 자료의 콘셉트에 따라 크게 2부로 나눠졌다. 첫 번째 장에서는 노마드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서술이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30여년간 세계, 혹은 국내 작업 현장에서 예술가가 경험한 다양한 생각을 담은 산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제에 접근하게 된 동기나 콘셉트를 서술하고 노마드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 상황, 자료 수집 등을 일기 식으로 기록한 것이다.

우선 독자들에게 ‘노마디즘’이라는 개념을 알기 쉽게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서술했다. 노마디즘(nomadism)은 그리스어 ‘nomos’에서 유래했다. ‘nomos’는 ‘목초지에서 풀을 뜯다’는 뜻이지만 노마드(nomad)는 ‘유목민,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다니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노마드가 단순히 공간적인 차원을 넘어 문화 사회현상으로서의 말로 회자되고 있다. 가령 맛의 단조로움 보다 다양함을 찾는 ‘맛 노마드’ 등이 있다. 이러한 공간적인 차원을 넘어 문화적 경향을 보여주는 노마드 현상은 미래학의 화두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이 김 씨의 견해다.

“노마드라는 말을 인류사적으로 바라보면 인간의 태생성이다. 역사 속의 일반적 상식은 유목민들의 유랑이다. 비슷한 유랑의 삶을 사는 보헤미안과 민족학적 사회학적 이유로 떠도는 유태인의 디아스포라, 현대에 와서 정치적 이유로 떠도는 이주민, 망명자, 보트피플 같은 모든 길 떠난 사람들의 의미가 포함된다.”

30년에 걸친 노마디즘 작업을 두 가지의 관점으로 정리했다. 하나는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주제를 취한 거대서사의 카테고리로 엮은 것이다. 예를 들면 ‘서사적 풍경의 트라이앵글’이라는 카테고리는 한국 봉평과 아프리카 티파사, 프랑스의 오바뇨에서의 작업이며 ‘송화강은 흐른다’는 중국 신경에서 길림 하얼빈을 잇는 프로젝트이며 ‘영혼제’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발생한 한국 팽목항과 DMZ에서의 작업을 엮은 것이다. 이밖에 한국 영암과 일본 아키타에서 작업한 ‘어느 농사꾼의 이야기’를 비롯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앙아시아 우츠토베에서 작업한 ‘DIASP ORA’를 담았다.

두번째는 ‘풍경’으로 사람들의 서정성에 접근한 미시 서사적 관점이다. 현재 작업하고 있는 한국 안성시 분토골 마을 작업인 ‘분토길따라’, 고향인 충북 진천에서 작업한 ‘미호천 물길따라’, 몽골 고비사막과 트치크에서 작업한 ‘바람의 언덕 1’, 영국 더함에서 작업한 ‘바람의 언덕 2’, 티베트 옌징, 프랑스 마르세이유, 스위스 시옹에서 작업한 ‘신성한 소금’ 등이다.

거대서사적인 주제의 작업과 사람들의 서정성에 접근한 작업 등 세계와 지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주제로의 접근을 시도하며 진정한 노마디즘을 구현해온 그는 “노마드의 화두가 그러하듯 떠나기를 원하는 것은 돌아 올 때 비우고 오기 때문이다. 다시 떠나기 위해, 돌아오는 길, 천상병 시인이 말한 삶은 소풍이라는 말을 늘 생각한다”며 “노마드라는 주제는 특수한 예술이나 종교적, 철학적 사유의 화두뿐만이 아니다. 그냥 인간 존재 그 자체인 호모 노마드라는 생태적 본질의 의미인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모든 동물이 노마드이지만 사람은 다른 동물이 볼 수 없는 노마드를 사유한다. 오늘날 왜 굳이 예술에서 노마드라는 테제를 붙잡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도 답이 될 것이다. ‘노마드’는 인간의 DNA 자체로 부단히 자기로부터 탈주하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 책 ‘노마드서사’는 세상 떠돌기 30년의 다큐멘테이션적 서사로 아티스트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동행, 동거하며 그 곳에서 드로잉, 설치, 일기, 버려진 것들을 모티브로 예술작업한 모든 것을 담아 놓은 결과물이다. 그의 작업여정은 인도의 바라나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 열차 (7천km), 칭짱 철길, 중국 북경, 서안, 티벳 옌징, 라사, 네팔 포카라, 몽골 투치크, 고비사막, 프랑스 퐁투아즈, 아프리카 티파사, 영국의 윌싱험, 티베트의 옌징, 한국의 DMZ, 미호천, 팽목항 등 전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그는 현장에서 작업을 한 후에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여러 나라 전시장에서 그 결과물들을 펼쳐 보이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방황하고 있었다. 생각, 예술, 사는 것 모두가 그러했다. 생각이 원점을 떠나고 생활이 정착지를 떠나고 예술이 관념을 떠나고, 그리고 그 모두는 회귀하거나 아니면 사라지거나, 방황은 지구의 땅 끝 어디에서나 있었다. 인도의 힌두사원에서, 몽골의 대초원에서, 영국의 작은 마을, 아프리카, 프랑스 곳곳에서 그리고 시베리아의 긴 열차, 티베트행의 칭짱 열차 안에서도. 이렇게 떠도는 과정에서 예술이라는 것을 그 길바닥에서 줍곤 했다. 그토록 원하는 아틀리에는 바로 그 곳에 있었다. 방황(nomade)은 예술의 모티브였다. 그것은 회의적인 나에게 대단히 희열을 주는 것이었다. 다시 말한다면 그것은 삶의 당위성이다.”

노마디즘 미술가인 김주영씨는 충북 진천군에서 성장해 홍익대를 졸업하고 홍익 전문대학 도안과에 교수로 재직 중 파리로 건너가 파리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프랑스 문화성이 제공하는 세잔느 예술가촌에서 작업하다 귀국, 홍익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했다. 현재는 안성시 분토골에서 독자적인 노마드 프로젝트 및 글쓰기 등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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