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곧 보배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곧 보배다
  • 충청매일
  • 승인 2017.03.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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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삼국지’의 기록에 따르면 촉나라의 장군 장비(張飛)는 그 용맹함이 천하제일이었다. 하지만 군대를 거느린 장수로서는 결격사유가 너무도 많았다. 스스로 군령을 무시하고 자신의 병사들을 함부로 다루었다.

관우(關羽)가 죽은 후, 유비는 오나라에 원수를 갚으러 군대 출병을 명하였다. 그때 장비는 매일 술을 마셨고 큰소리로 울며 슬픔을 달랬다. 그런 가운데 성질이 난폭해져서 부하들을 함부로 다루었고 학대하였다. 이를 본 유비가 장비에게 엄하게 충고하였다.

“그렇게 병사들을 채찍질하면 어찌 병사들이 너를 섬기겠느냐? 나중에 큰 화를 입기 전에 삼가도록 하라!”

이에 장비가 정신을 차리고 오나라 정벌을 준비하였다. 자신이 이끄는 군대의 부장들에게 즉각 명을 내렸다.

“모든 군사들이 입을 흰 갑옷과 흰 군복과 그리고 흰 깃발을 사흘 안에 마련하라. 이는 나의 형님 관우를 애도하기 위함이다.”

그 무렵 물자조달 업무를 맡고 있던 범강(范疆)과 장달(張達)이 장비를 찾아와 어려움을 토로하였다.

“장군, 사흘 안에 그 많은 것을 마련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 말을 듣자 장비는 그만 분개하고 말았다. 돌아가신 내 형님을 추모하고자 함인데 그걸 못하겠다고 하니 그만 화가 돋은 것이었다. 너무도 괘씸한 생각이 들어 범강과 장달 두 사람을 나무에 매달아 50대나 매질을 하였고, 얼굴을 때려 흉하게 멍들게 만들었다. 그리고서 다시 엄포를 놓았다.

“이런 불충한 놈들! 내일까지 물자를 대지 못하면 네놈들 목을 베고야 말겠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놓으라고 하는 장비의 명령에 두 부장은 결국 변심하고 말았다. 장비를 죽이기로 모의한 것이었다. 그날 밤, 장비는 또 술을 마시고 슬피 울며 병사들을 괴롭히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이 기회를 틈타 범강과 장달이 장비의 막사로 들어갔다. 칼을 뽑아들고 장비에게 접근했을 때, 두 사람은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 장비가 눈을 부릅뜨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술 취한 장비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두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동시에 칼을 내질렀다. 장비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숨지고 말았다. 그때 장비의 나이 55세였다. 범강과 장달은 장비의 목을 잘라 자루에 담았다. 그리고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과 함께 오나라로 도망쳤다.

이 참상을 들은 유비는 크게 상심하였다. 하지만 관우의 원수를 갚기 위해 예정대로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를 침공하였다. 오나라 손권이 위태로움을 모면하고자 화친을 청하였다. 그 증거로 범강과 장달을 묶어 장비의 잘린 목과 함께 유비에게 보냈다. 두 사람은 능지처참을 당했지만, 죽은 장비는 다시 살아나지 못했다.

치병이신(治兵以信)이란 군대는 믿음으로 다스린다는 말이다. 부하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죽음을 두려워 않고 장수를 위해 돌진하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믿음이 곧 보배다. 장수가 바르지 못하면 부하는 항상 난리를 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믿으면 의심하지 말고 쓰고, 의심되면 결코 쓰지 말라고 권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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