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퇴계 이황의 활인심방은 최근에 알려진 책입니다. 조선 성리학을 대표하는 이황 선생이 도가의 도인법으로 매일 수련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유학의 자존심에 손상을 입을까 두려워한 후학들이 숨긴 것입니다. 그렇지만 옛날부터 이황 선생이 양생 수련을 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고, 사실 당시 선비들은 누구나 불교와 도교의 양생술에 대해서 나름대로 지식을 지녔습니다. 원래 성리학이 불교와 도교를 비판하면서도 그 장점을 취하면서 틀을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꼭 그게 아니라도 사람이라면 몸이 주는 한계를 생각지 않을 수 없고, 몸을 수레로 탄 마음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도 몸을 돌보는 방법을 생각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퇴계는 자신의 양생수련법을 정리해 ‘활인심방’이라는 작은 책자를 만들었습니다. 이황 뿐이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수련의 차원에서도 양생술을 적극 도입했습니다. 특히 홍만종의 ‘순오지’를 보면 당시 사람들이 양생과 수련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루려 하였는가 하는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동양 사람들은 몸을 소우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나아가면 세상을 경영하지만, 물러나면 자신의 몸을 돌보았습니다. 자신의 몸 속에 우주의 철학이 깃들었다고 본 것입니다. 또 한 편으로 사상 면에서는 세상에 나아갈 때는 유학을, 물러날 때는 노장학을 숭상했습니다. 재야에 은거한 사람들의 필독서가 노자와 남화경인데, 남화경이 바로 장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노자와 장자는 처세철학이 주를 이루지만 그 내용의 많은 부분은 양생과 연관됩니다. 그래서 세상에서 물러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양생해 자연과 일치되는 수련의 기본 철학으로 작용했습니다. 이것이 유학자 측에서는 자신들의 대척점에 있는 사상이기 때문에 이황 선생도 겉으로 드러내놓고 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에 내려온 양생 수련법을 정리 연구한 책입니다. 조선의 도가에 대한 연구는 일제 강점기 이능화부터 시작되었습니다만, 사실 연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도가에 별로 있지 않았던 까닭입니다. 그런 가운데 몇몇 학자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는데, 본격 연구는 1980년대 들어와서야 시작되고, 현재 이 책이 가장 쉽고 깊이 연구된 책이어서 여기 소개합니다. 뒤쪽에는 양생수련서로 가장 중요한 문헌인 ‘이양편’ 전문을 번역해놓았습니다. 연구 내용만이 아니라 옛 책을 읽어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양생술에서 빼놓으면 안 될 책이 있습니다. 놀랍게도 동의보감이 그것입니다. 동의보감은 허준이 총지휘하여 당대의 석학들이 모여서 만든 의학책입니다. 무슨 질환에는 무슨 처방이 좋다는 식으로 정리하여, 병만 알면 그 처방까지 저절로 나오도록 한 명작입니다. 그런데 그 책의 맨 앞부분에 수많은 양생수련법이 나옵니다. 당시 접할 수 있었던 모든 책을 섭렵하여 거기서 중요한 내용을 간추려서 양생수련의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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