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미 청주시 서원구 건축과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추위다. 햇볕은 좋지만 아직은 바람이 매섭다. 봄이 가까운 듯하지만 아직 공기가 차다.

청렴도 봄과 같다. 내 곁에 있다고 생각했던 청렴이 돌아보니 저만치 멀리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6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청주시의 종합 청렴도는 7.14점을 기록해 4등급으로 분류됐다. 이는 전년 대비 0.39점이 하락한 수치로 전국 시 단위 지자체 75곳 중 68위에 해당한다.

청렴에 비상이 걸렸다. 청렴을 향한 청주시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분명 청주시 직원들은 청렴하자 다짐했고,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시책을 실행하며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고자 했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청주시 청렴도 결과 중 눈에 띄는 점은 계약 상대방이나 민원인들이 평가하는 외부청렴도는 높은 반면 직원들이 직접 평가한 내부청렴도가 낮다는 것이다.

또한 2016년 부패방지 시책평가는 지난해 4등급보다 2단계 오른 2등급 올라간 것과 달리 청렴도는 4등급으로 하락했다.

청렴의 내실화를 다지기 위한 시책들이 결국은 보여주기 식에 그쳤던 것은 아닐까?

청렴의 날 운영, 청렴교육 이수, 청렴지킴이 활동 등 청렴은 어느새 업무의 일부가 돼버렸다. 청렴을 가슴으로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은 채 시책들을 이행하는 데 급급했다.

신규 공무원들의 입을 열어주고 선배 공무원들의 귀를 열어주는 소통이 시급하다. 서로 간의 생각을 공유한 후 조직문화를 개선시켜야 진정한 내부청렴이 이뤄질 수 있다.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청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했다.  

그 결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간부회의 후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불합리한 조직문화들을 하나, 둘씩 그만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서 소통의 날을 운영해 전형적인 회식 문화를 탈피하고 진심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내부청렴도는 청렴도 향상을 위해 다져야 할 초석으로, 견고해야 한다. 직원 간에 믿음과 신뢰가 없는 내부 청렴은 불가능하다. 부서 소통의 날은 부서 내 직원 간 대화와 소통을 통해 건강하고 합리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고자 기획됐다.

최근 5년 간 신규 임용된 직원은 900명 정도로 청주시 전체 공직자의 30%에 이른다. 부서 소통의 날은 이러한 세대 간 문화 차이를 극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상향식 소통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그동안 묵혀두고 있던 갈등과 문제점들이 차차 해결될 것이다.

겨울이 지나면 봄은 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외투를 벗고 추위에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다닐 것이다. 매서운 추위를 견뎌 더욱 견고해진 청렴도 어느새 봄과 함께 완연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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