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쌀쌀한 찬 바람타고 봄눈이 쌓이지만 짙어가는 봄빛에 눈은 슬슬 녹아 자취를 감춰버린다. 대지의 따사로움이 싹트는 봄기운을 더해주는 봄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에는 눈보라 엄동설한의 벽(壁)을 넘어 봄날의 꿈을 안고 삼라만상이 소생하는 새 희망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 이 땅에 사는 사람 누구나 마음속에 녹지 않고 쌓여만 가는 눈 산만큼이나 큰 벽(壁)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태산 같은 그 벽이 무엇일까. 2017년 정유년을 넘어야할 키워드는 무엇이라 생각되는가. 88올림픽 때는 전 세계를 향해 우리가 던진 메시지는 ‘벽을 넘어서’였다. 당시에도 동서냉전과 남북 분단의 장벽을 비롯해 빈부의 격차, 세대 간의 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수십 년을 지나오면서 베르린 장벽은 무너지고, 유럽이 통합되고, 글로벌경제시대가 열렸다. 산업형명에 힘입은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을 이루었고, 정보화시대 문명의 극치를 이루었지만 저성장 저 출산 고령화의 악재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2016년부터 높고 두터운 벽이 다시 생겨났다.

우리사회 내부에는 대통령 탄핵정국에 촛불과 태극기로 나누어 높은 장벽을 쌓아가고 있다. 이 보혁(保革)갈등의 벽을 어찌 넘어야 할까. 높은 장벽에 부닥친 우리에겐 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AI(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이다. 산업화가 육체노동 능률의 확산이었다면 AI는 뇌의 정신적 능률의 확산이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의 승패를 보여준 것은 바둑대결을 넘어 미래의 문명에 대한 경고선언이다. 알파고 AI이슈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탄핵정국과 대권주자 다툼에 한 눈 파는 사이 전 세계는 알파고 이슈 1년 만에 엄청난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화상 음성 문자인식에서 의료기기. 복지, 법률, 안전, 운송, 엔터테인먼트 등 일상의 전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구한말 산업화가 늦어 패권국가의 식민지로 전락한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4차 산업혁명은 1, 2, 3차 산업 혁명처럼 순차적으로 오는 물결이나 파고가 아니다. 순식간에 튀어져 나와 모든 것을 한 번에 쓸어가는 쓰나미 같은 혁명이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유람선이 침몰하는데 1, 2등의 대권지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카지노에서 돈 을 따고 잃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촛불을 들고 태극기를 흔들고 보혁 갈등에 앞장선들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가존망의 위기에서 국가의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4차 혁명의 벽을 어찌 넘을까. 국민 생존을 위한 일자리창출의 해법부터, 강대국의 틀 속에서 살아남을 굳건한 안보의 현명한 판단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대권에 뜻있는 지도자는 국가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벽을 쌓는 촛불시위와 태극집회는 자제할 것을 앞장서 당부하는 현명한 선언을 해야 한다. 지난 3·1절은 우리민족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세계만방에 자주 독립만세를 외쳤던 3·1정신이었다. 선열들의 거룩한 민족혼으로 돌아가 국가혼란을 막는데 앞장서야 진정한 애국자이다. 탄핵정국 찬반의 벽을 쌓는데 편승하는 리더보다 그 벽을 허물고 화합과 통합을 이끄는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다. 불안하고 안타깝다. 탄핵이후의 혼란을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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