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춘삼월은 입학 시즌이다. 입학은 가슴을 항상 설레게 만든다. 새로 만날 학우들과 선생님이 어떤 사람일까 기대하며 만나기를 기다렸던 나날들이 스쳐지나간다. 

입학은 학생이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며, 반대로 학교가 새로운 학생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입학식은 입학했음을 알리는 행사이며 희망찬 내일의 메시지를 알리는 행사로 삶의 활력소이자 새로운 다짐을 하고 희망을 주는 의식이다.

초중고의 입학과 달리 대학 입학은 학문의 시작을 알려줌과 동시에 자기의 진로를 탐색하여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주는 계기가 되어 준 사회인으로서 사회생활을 연습하며 공부하라는 경계이기도 하다. 대학생은 젊음을 만끽하며 정열을 불태우는 시기이다. 그러기에 학문에 매진하고 몰입하며  교수와 학생 간에 교감을 가지고 대화로 지식을 쌓으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나아갈 바를 스스로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예전 대학의 역할은 사람으로서의 품성과 문화적 소양을 익히는 교양교육이었다. 점차 산업화 사회로 되면서 대학이 유용한 지식을 창출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커졌으며, 전문가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교양교육에 의한 인간 형성이라는 이상은 점차 약화되었다. 연구는 물론 교육마저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해야 마땅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 오늘, 대학의 위상은 급변하고 있다. 대학들은 취직을 하기 위해 거치는 생존경쟁의 장으로 직업인을 육성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

취업하려는 학생들에게 가끔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에 봉착할 때 참 답답하고 암담할 때가 있다. 그래서 책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느냐는 것이 우리가 세계를 상대하는 거의 모든 문제일 거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주희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공자를 읽기 전과 읽고 난 뒤의 내가 똑같은 인간이라면 그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힘들여서 무엇 하려고 읽느냐. 책이 나를 개조할 수 없다면 그걸 구태여 읽을 필요가 뭐가 있겠느냐’했다. 그러니까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 쓰인 모든 문제가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읽어야 된다는 뜻이다. 책에서 인생의 방향을 찾으라는 의미다.

과거의 대학은 인성과 품성을 강조한 교양교육 중심이었다. 공자의 ‘군자불기(君子不器)’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으로 어떤 직업에 필요한 특정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직업의 바탕이 되는 토대 즉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이었다. 희망 찬 봄날의 입학시즌이다. “당신들이 창조하는 것은 냉장고와 텔레비전과 자동차가 아니라 지상의 것을 극복하고 거기에 밝은 빛을 던지는 영원한 미소, 인류의 희망”이라고 루마니아 망명 작가 게오르규가 한국인을 위대한 존재로 칭해 메시지 주었듯이 입학은 희망을 갖고 항상 최고의 날로 살아가는 경계의 선(線)이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이고 당신 인생의 최고의 날은 아직 살지 않은 날이라고……’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의 입학이 어떤 최고의 날, 뜻 깊은 날을 만들 수 있는지 스스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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