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례 없어 특정 게임 방식 불법 여부 판단 고민

이달 초 대전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고객이 인형을 싹쓸이해 간 사건과 관련, 경찰이 이들의 사법 처리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신종 사건이다 보니 관련 사례가 없어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밤 대전 서구의 한 인형뽑기 방에 20대 남성 2명이 들어와 인형뽑기 기계에서 2시간 만에 인형 200여개(주인 주장)를 뽑아가는 데 성공했다. 다음 날 출근한 주인이 인형뽑기 기계가 텅 빈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들의 게임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돈을 넣고 게임을 작동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았다.

그러나 막상 게임에 돌입하자, 다른 사람들보다 월등히 높은 확률로 인형을 뽑았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조이스틱을 움직여 확률을 높였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해 이들이 인형뽑기가 뛰어난 ‘생활의 달인이냐’, 인형뽑기방 주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범죄냐’를 두고 놓고 논란을 빚었다.

경찰도 이들의 사법 처리 여부를 놓고 여러 각도로 검토하고 있지만, 사건 발생  3주가 됐는 데도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입건 단계는 아니다. 추가로 조사할 점이 많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들이 조이스틱을 특정한 방식으로 조작, 집게 힘을 세게 해 확률을 높인 부분을 ‘버그’나 ‘기계 오류’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설령 이씨 등이 기계 오류를 이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절도나 사기 등 범죄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앞으로 인형뽑기방 업주와 이씨 등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하고, 인형뽑기 기계 전문가로부터 작동 원리 등에 대한 자문도 받을 계획이다.

경찰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이유는 이번 사례가 요즘 인형뽑기방이 유행하면서 발생한 신종 사건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법원 판례도 찾아봤지만, 비슷한 사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절도 등 범죄라고 결론내린 적이 없는데, 경찰이 절도로 몰고 있다는 일부 여론이 있어 부담스럽다”며 “추가 조사를 거쳐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입건하고, 혐의가 없으면 내사 종결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