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바둑돌을 놓아서 움직이는 것을 행마라고 합니다. 말에 빗댄 표현입니다. 반면에 네 귀의 점은 화점이라고 하고 바둑판의 중앙 부분은 어복이라고 하여 물고기에 빗댑니다. 이와 같이 바둑에는 여러 가지 표현이 있지만, 돌들이 흑백으로 어울려 움직이는 것은 말로 표현했습니다.

이 책은 바둑 입문서입니다. 조남철은 우리나라 바둑사에서 첫 세대를 주름잡던 사람입니다. 바둑의 최고 실력자를 국수라고 하는데, 아마도 우리나라 현대 바둑사의 초대 국수쯤이 될 듯합니다. 조남철 이후에 조훈현, 서봉수 같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한 20년 세월 정상을 지키다가 이창호, 이세돌이 나와서 그 뒤를 잇고 있죠.

오늘날의 바둑 형태를 처음 결정지은 것은 일본입니다. 일본은 바둑 명인이 대를 이어서 일본 내에서 일정한 약속을 하고 대회를 치렀습니다. 그것이 근대 이후에 공식 바둑대회로 정착하면서 각종 규약을 만든 것이죠. 백 선수가 5호 반 공제를 한다든가 하는 약속이 모두 일본 바둑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이것이 근대화 되는 과정을 보여준 소설이 가와바타 야스타리의 ‘명인’(민병산 옮김)입니다. 이런 풍속이 한국으로 넘어왔다가 중국이 개방정책을 취하면서 동양 삼국의 중요한 문화 교류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은 국제바둑대회에서 일본 기사들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만큼 열세입니다. 실리바둑으로 치달은 한국의 실력과 무한한 자원을 지닌 중국의 공세에 견디지를 못한 것입니다. 승률을 보면 지금은 한중 두 나라의 춘추전국시대를 보는 듯합니다. 늘 정상을 지키는 기사도 없고 수 많은 기사가 고만고만한 실력으로 우승컵을 뺏고 빼앗깁니다.

저는 잡기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바둑도 크게 취미를 붙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의 힘이라는 표현에서 보듯이 바둑이 지닌 생각의 집중력 때문에 바둑 중계를 가끔 봅니다. 한때 배워보려고도 했습니다. 그때 산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초대 국수답게 아주 쉽게 설명을 잘 했습니다. 지금은 바둑 프로기사들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많이 냅니다만, 옛날에는 바둑 책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많지 않았다기보다 친절한 입문서가 없었다고 봐야겠네요. 대부분 이웃들의 싸움바둑을 구경하면서 입문하는 까닭에 옆에서 곁바둑을 두다보면 보통 4~5급까지는 이론서 없어도 배우게 되죠. 그 이상 올라가려면 이론을 배우지 않고서는 어렵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비디오나 시디를 통하여 배우고 인터넷으로도 배웁니다.

2016년에는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 대표인 이세돌을 연달아 이겨 전세계의 관심을 확 잡아끈 적이 있습니다. 5번 두어서 4번을 알파고가 이기고 1번을 이세돌이 이겼습니다. 이를 두고 인공지능의 현실화를 우려하는 것과 함께 인간 사고의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어떤 나무꾼이 산에 갔다가 신선들 바둑 구경을 했다가 돌아와보니 먼 후손들이 살더라는,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것이 바로 바둑입니다.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어울릴 만큼 바둑의 길을 조금 알아두는 것도 좋을 듯하여 소개합니다. 싸움바둑에 빠지면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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