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는 유난히 곤충을 좋아한다.

그래서 곤충학자나 곤충백화점을 차리는 게 그 아이의 꿈이다.

지금도 그 아이는 등껍질이 새카맣게 반짝이는 사슴벌레 한 쌍을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전에는 약 6cm가량의 장수풍뎅이를 키웠는데, 장수풍뎅이는 구하기가 어려워 한 쌍에 삼만원이나 주고 샀다며 자랑이 한창이다.

얼마 전에는 가재를 두 마리 잡았는데 일주일이 지나자 두 마리 모두 실종이 됐다. 한 마리는 죽어 발견되고 한 마리는 아직도 실종상태란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자기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사람이 없노라며 어깨를 들썩이며 침을 튀긴다.

사슴벌레나 장수풍뎅이는 유난히 복숭아 맛 젤리를 좋아한단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각각 다른 맛의 젤리를 넣어주면 다른 건 자국이 별로 없는데 복숭아 맛은 반 이상을 먹어서 알게 됐단다.

경수의 곤충사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무리 힘이 센 장수풍뎅이라도 뒤집히면 끝장이라는 거다. 일어나려고 버둥거리다 어느새 축 늘어져 죽은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야생의 세계에서는 뒤집혀서 죽는 딱정벌레는 없단다.

야생의 세계에서는 잡고 일어날 나뭇가지나 검불들이 많이 있다며. 그래서 저는 사육 상자 안에 나무토막을 넣어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준단다.

그러나 말 못하는 곤충들이 아이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할 때나 죽어갈 때는 안타까움을 느낀단다. 보통사람들이 저를 보면 이상하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곤충들이 저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는 것 같아 그냥 있을 수가 없단다. 그 아이는 또 키우던 곤충이 죽더라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다.

정성껏 표본을 만들어 보관을 한다. 자연스레 나도 메뚜기나 풍뎅이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풍뎅이를 주워다 베란다의 소쿠리에 넣어 키웠지만 며칠가지 않아 죽고 말았다. 경수처럼 알코올 주사로 표본을 하진 못했지만 화분 위에 잘 보관되어 있다.

그 풍뎅이를 볼 때마다 오늘은 경수에게 무엇을 배울까 기대가 된다.

어지러운 세상, 그러나 우리 사회의 내일은 분명 밝다. 경수와 같이 미래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학생이지만 경수는 분명 파브르보다 위대한 곤충학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  귀  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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