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이 된 지 13년째인 김계장은 요즘 개인생활을 갖지못하고 있다.

아침 7시면 눈을 떠 식사를 대충하고 8시까지 출근한다. 이런저런 업무를 정신없이 보다 오후 5시30분쯤이면 식당으로 간다.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전 같으면 저녁식사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한다든지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한잔하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반참삼아 했었다. 그렇지만 김계장은 저녁을 이른시간에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었다. 그리고 저녁 7시가 돼 퇴근짐을 꾸리고 가는 곳은 집도 아니고 삼겹살집도 아닌 독서실이다. 김계장은 매일 그렇듯이 익숙한 자세로 독서실에 앉아 자격증 공부를 한다. 그것도 새벽2시까지. 2시에 독서실 문을 나서면 그제서야 집으로 발길을 향한다. 그리고 잠을 자는 시간은 보통 4∼5시간 정도. 힘겨운 하루 일과를 보내고 있다. 김계장의 하루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찌보면 급격한 금융변화가 만들어 놓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김계장만 이런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직원 90% 이상이 요즘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은행원들의 자격증 취득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 나타나는 이같은 직원들의 ‘자격증 열풍’은 전직원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지금 금융인들이 취득하려는 전문 자격증은 금융위험관리전문가(FRM), 국제재무분석사(CFA), 공인회계사(CPA), 개인금융전문가(SP), 금융자산관리사(FP), 자산관리상담사(JFP), 자산운용전문가, 1종투자상담사, 2종투자상담사 등을 비롯 상당히 많다.

증권사에서 가장 많이 준비하는 자격증은 1종투자상담사, 2종투자상담사와 금융자산관리사(FP)이고 은행에서는 금융자산관리사를 비롯 금융위험관리전문가, 국제재무분석사, 개인금융전문가 등이다.

자격증 종류가 많지만 중요한 것은 최근들어 금융인들의 자격증 취득열기가 높다는 점이다.

이는 IMF이후 불어닥친 금융계의 대란이 원인으로, 이제는 ‘안정적’이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는 판단때문이다. 금융인들은 주위에서 동료와 상사가 직장을 잃는 것을 목격하면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을 갖기에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자격증을 통해 회사내에서도 그렇고 직장을 잃더라도 활동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그렇지만 회사에서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C은행의 경우 ‘지식마일리지제도’를 도입해 1천점을 기준으로 자격증당 점수를 부여해 줘 인사시 가산점을 주고 있다. 이 은행은 또 자격증 시험에 필요한 경비까지 지원하고 있다.

H증권도 FP자격증에 장려금을 주고 선물상담에 있어 1종자격증이 없으면 매매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비단 이 두 금융사 뿐 아니라 전 금융사들이 회사 차원에서 정책적인 배려와 지원, 보이지않는 압박마저 느끼게 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자격증 유도 방침은 변화되는 금융시장에 필요한 인물이 있어야만 회사도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개인적인 이유와 회사차원에서의 배려는 금융사별로 90% 이상의 직원들이 자격증 취득에 시간을 쏟고 있게 만들었다.

금융자산관리사 통신 연수과정을 보면 5천여명이 신청해 준비하고 있고 H은행은 현재 3천명의 자격증 소지자에서 올해안으로 6천여명 정도가 자격증을 취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사는 이미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직원들이 자격증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금융권에 부는 이러한 바람은 입지강화와 함께 어떤 변화가 밀어닥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투자로 여겨진다.

급변하는 우리 금융시장은 전문가를 필요로한다. 전문인력시대가 도래하는 금융시장에 있어 전국적으로 21만7천여명이난 되는 보험설계사들의 이정표는 어디인지 다음편에서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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