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가 드러나 구속 중인 지방의회 의원들이 매달 의정비를 꼬박꼬박 챙겨가는 것은 이중 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과 같다. 조례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이 절실한 일이다.

비리 혐의로 구속된 충주시 지방의회 이 모 의원에게 110만원의 의정활동비가 지급됐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모 의원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충주지역 읍·면·동이 발주하는 관급공사 수의계약 100여 건을 자신이 대표로 있던 D건설이 수주하도록 한 대가로 8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의원은 공사대금의 10%를 알선 대가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상습적이었다는 점에서 죄질이 더욱 나쁘다.

이 같은 일이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모든 지자체에 ‘구속된 의원에 대한 의정활동비 지급을 제한하도록 조례를 정비하라’는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도내 지방의회 상당수는 아직도 조례를 바꾸지 않고 있다. 후안무치한 행태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지만, 철밥통을 지키려는 지방의원들은 요지부동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 따르면 충북도의회와 충주·제천시의회, 단양·옥천·보은·증평군의회 등 7곳이 구속된 의원에게도 의정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죄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의정비를 주는 것이라고 하지만 부정부패를 저질러 교도소에 간 의원에게 주민의 혈세를 지급함으로써 또 다른 양심적 범죄를 저지르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충주시의회와 증평군의회가 뒤늦게 조례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나머지 5곳은 조례 개정에 늦장을 부리고 있다. 징계 사유로 사실상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는 기간에는 무노동 무임금 취지에 맞게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여비 지급을 제한해야 한다.

지방의회에서 행정자치부의 요청사항을 지키지 않는다면 법 자체를 바꿔 강제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죄가 확정되면 소급해 지급하더라도 지방의원이 구속 기소되는 즉시 의정활동비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

전국 광역의회 중 조례개정을 하지 않은 곳은 대전, 경기, 충북 등 6곳이며 기초의회는 전국 226개 중 관련 조례를 바꾼 곳은 74곳뿐이다.

전북과 전남도의회가 최근 구속 기속된 의원에게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례안을 3월에 마련, 시행한다. 다만 의원이 법원의 판결에서 무죄로 확정된 경우에는 중지됐던 의정활동비와 여비 지급은 소급해 주도록 했다.

구속돼 감방에 있는 의원에게 의정비를 지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루빨리 조례를 개정해 국민의 혈세로 지급되는 의정비가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의원들이 조례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스스로 당당하지 못함을 방증하는 일이다. 주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의회 의원들에게는 청렴이 상징이 돼야한다. 정부가 요청하기 전에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행자부도 공문만 내려 보낼게 아니라 좀 더 강력한 행정제재를 가해서라도 모든 지방의회가 자발적으로 조례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강제 시행되도록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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