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사람이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고 사망하면 사망신고를 하듯 자동차는 신규 등록을 하고 말소등록을 한다. 2016년 4월 차량등록사업소로 신규 임용된 나는 자동차의 일생을 보여주는 자동차등록원부를 발급을 담당하고 있다.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그 자동차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차의 등록 시점, 명의 변경 내역, 자동차 성능, 압류·말소사항 등을 볼 수 있다. 즉 자동차등록원부는 자동차의 일생을 담은 아주 중요한 서류이자 여러 가지 개인정보를 담고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루 약 100여건의 등록원부 민원을 처리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신청서? 돈? 겨우 이런 종이 몇 장 뽑는데 왜 돈을 내야 하며 신청서를 써야 되냐?”는 질문이다.

또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를 왜 소유자까지 알아야 되냐”며 역정을 내는 민원들을 상대하다보면 매일 아침 출근길의 많은 다짐들이 머릿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더욱 환하게 웃으며 자동차등록원부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차량의 모든 것을 나타내주는 사람으로 따지면 주민등록초본과 같다는 설명을 드리며 차분히 설명드리지만 몇 번씩 이와 같은 일들을 겪고 나면 그날 퇴근길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얼마 전 1년도 되지 않는 짧은 근무기간 중 다시 한 번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일을 접하게 됐다. 지난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갈 무렵 찾아오신 한 민원인이 사기 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어 피의자의 자동차를 법원을 통해 압류하길 원하다며 도움을 요청하셨다. 그러나 자동차등록원부를 발급 받으려면 자동차등록번호와 소유자를 알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약 일주일 후 그 민원인이 다시 방문해 몇 십장의 등록원부 신청서를 작성해왔다. 사연인즉 피의자의 동네에 주차된 모든 자동차등록번호를 적어와 신청서에 적은 것이다. 소유자가 일치하면 발급하고, 일치하지 않으면 다시 서류를 반려시킬 테니 이렇게라도 자동차를 찾아 자동차등록원부를 발급받고 싶다고 했다. 그 결과 일치하는 번호가 없어 민원인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돌아가면서도 번거롭게 해서 죄송하다며 인사를 하고 가셨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내가 맡은 업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누군가는 ‘겨우 이런 종이 몇 장’으로 표현한 등록원부가 누군가에게는 몇 십장의 신청서를 써서라도 발급받으려 했던 ‘마지막 희망’이었다. 안타까운 사연에도 발급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발급하지 않았지만 이 날의 기억은 앞으로의 근무에서 내가 흔들릴 때마다 초심을 찾게 해 줄 소중한 기억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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