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회장 측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항소심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납득할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재판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어 지난해 10월 이 전 총리를 상고한 검찰이 같은 행보를 취하는 것이다. 결국 성완종리스트 문제는 대법원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의 판결과 같이 홍 지사의 재판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검찰의 주장대로 비록 성 전 회장은 없지만 그가 남긴 육성녹음파일과 유서 형식의 메모지 등이 증거로 채택된다면 명백한 범죄행위가 성립된다고 보여 진다. 1심에서 유죄로 판결된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재판 모두가 1심을 뒤집고 2심에서 갑자기 무죄로 돌변하는 이유에 대해 재판부가 설명하는 판결이유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일단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남긴 육성 파일에서 홍 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언급한 부분 자체는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인 금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 부분의 설명에 법의 맹점이 있는 것인지,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돈을 받은 신빙성이 인정되는데 증거가 불충분하다면 검찰은 좀 더 보충 수사를 통해 입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1심에서 충분히 입증된 사안이 항소심에서 증인들의 ‘입장 번복 혹은 말 바꾸기’로 증거채택이 달라진다면 재판과정 자체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이 전 총리의 항소심재판에서도 판결 전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새누리당 안팎에서 나돌았던 점 등을 들면, 이번 홍 지사의 판결도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검찰은 상고를 통해 성완종리스트 전반에 대해 분명하게 밝혀지도록 해야 한다.

검찰은 홍 지사의 무죄 판결에 대해 “성완종 회장의 육성 녹음 외에도 일관된 공여자의 진술, 측근들이 금품 수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홍 지사는 모르는 것으로 하면 안 되는지’라고 제안한 통화녹음 테이프까지 있는데도 무죄라고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는가 의문이다. 윤씨 부인이 ‘1억원의 띠지를 고무줄로 바꿨다’라고까지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내부에서 조차 이해 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하물며 이 전 총리에 이어 이번 재판까지 지켜보던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다. 성완종리스트는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2015년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 인터뷰하며 홍 지사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유품에서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가 발견되자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서 이 가운데 홍 지사와 이 전 총리의 혐의를 인정해 재판에 넘겼다. 만약 두 사람 모두 상고해 대법원에서도 무죄 판결이 날 경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경유착의 고질적인 비리인 ‘성완종리스트’는 영원히 묻히게 된다. 검찰은 상고 재판에 앞서 충분한 수사를 통해 유죄입증을 이루어 내야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