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제3국에서 피살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여러 가지 측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김정남을 비공식적으로 보호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지, 북·중 관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이번 사건 배후에 누가 있는지, 왜 피살됐는지 등에 대해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정남이 제3국을 떠돌면서도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비판하는 등 사실상 정치적 활동을 했던 점에 비춰볼 때 김정은 위원장이 눈엣가시인 이복형을 제거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북한의 독재체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질 전망이며 핵 무력 고도화 강행에 따른 대북제재·압박 공조에 인권유린 문제까지 공론화되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일종의 ‘테러’로 규정할 경우 미국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동북아 정세 등에서 북한 활용도를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이 김정남의 피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더라도 북·중 관계를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정부는 외교라인을 총 동원해 김정남 피살로 인해 국제정세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예의 주시하며 우리나라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최소화 하는데 힘써야 한다. 가뜩이나 탄핵정국 속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다. 조기대선이 가시화 되고 있는 와중에 터진 김정남 피살사건이 자칫 국내 정치권에 불필요한 이슈를 양산하고 국민의 정서를 호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정남 피살을 이유로 여론이 지나치게 안보 중시 쪽으로 급격히 쏠릴 경우 최순실·박근혜게이트로 인한 정권교체의 당위성이 흔들릴 수도 있다. 여론의 지나친 관심을 경계해야 하며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 외에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안보문제는 정치권에서 대선 때마다 중요한 이슈로 삼으면서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 왔다. 그렇게 중요하게 여긴다는 안보문제가 MB정권과 박근혜정부에 와서 더욱 불안해졌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김정남 피살 사건을 지나치게 안보문제로 엮어 탄핵정국에 정략적으로 이용 되서는 안 된다. 김정남은 북에서 특별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았고 남북문제와도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국제적인 가십거리는 될 수 있지만 한반도의 안보위기론을 제기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인물인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은 부화뇌동하지 말고 차분하게 예의 주시하며 지켜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논평을 내면서 훨씬 강력한 핵 억제력을 갖추는 핵무장론을 주장 한 것은 지나치다. 국민의당도 사드 반대 당론에 대한 재검토 의사 시사라는 안보카드를 꺼내 들면서 때맞춰 ‘보수화’로 선회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소신 없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문제가 어느 때 보다 산적하고 엄중하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북한의 문제를 이용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쉽게 휘둘리던 시대도 지났다. 조용히 국제 정세를 지켜보면서 어수선한 국내문제를 풀어가는데 집중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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