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새누리당에서 간판을 바꿔 달은 자유한국당이 14일 민생 버스투어에 나섰다. ‘책임과 미래 국민 속으로’라는 이름을 붙인 민생 버스투어는 이날 경기도와 충청남도, 17일 부산, 19일 대구, 27일 강원도 등 지역별 일정을 잡아가며 전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이번 투어는 바뀐 당명과 혁신 방향을 홍보하고 현장의 여론을 듣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새누리당의 당명 교체에 국민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오히려 반성 없는 새출발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거세다. 이번 당명 변경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민심이 이반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이미지를 털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름만 바꾼다고 돌아올 민심은 이제 없다. 철저한 반성과 뼈를 깎는 아픔 속에 진정한 개혁을 하지 않고서는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만 나올 뿐이다.

집권 여당은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이 이뤄지거나 당의 위기 때마다 당명을 변경해 쇄신을 꾀했다. 자유한국당의 역사는 1981년 전두환 정권의 민주정의당을 시작으로 1990년 민주정의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민자당)'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1995년 신한국당, 1997년 한나라당, 2012년 새누리당으로 변경됐다. 특히 박 대통령의 주도로 이뤄진 새누리당 명칭이 그의 임기도 다하기 전에 버려졌다는 점에서 만신창이가 된 여당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민생 버스투어에 앞서 “새로 거듭나는 만큼 책임과 반성을 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려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작금의 자유한국당은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 직후 고개 숙여 사죄하며 자숙하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초기 서슬 퍼렇던 태도도 사라졌다. 인 위원장은 친박의 방해를 무릅쓰면서까지 강력한 인적청산 의지를 보여 ‘칼바람’을 예상했으나 용두사미였다. 이른바 ‘친박 8적’ 중 서청원·최경환 의원만 당원권 정지 3년 처분을 받았고, 윤상현 의원은 당원권 정지 1년에 그쳤다. 나머지 주요 친박 의원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절반의 쇄신’에 불과하다는 게 당 밖의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친박계 의원들의 행태는 오히려 당당한 모습까지 보인다. 태극기 집회 참여를 선동하고 박 대통령 탄핵반대를 소리 높여 외친다. 이는 ‘친박과는 같이 갈 수 없다’며 당을 뛰쳐나가 세운 바른정당이 5%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바른 정당이 기대에 못미치는 반면에 자유한국당은 분란 속에서도 15% 안팎의 지지율로 충성 지지층이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 제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섣부른 ‘쇄신 코스프레’는 자칫 역풍만 받기 십상이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 30%’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새로운 보수를 갈망하는 국민의 심중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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