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대학입학시험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가 경쟁적으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인문계에 진학한 고등학생들은 저녁을 학교에서 먹고 다시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한다.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지만 방과 후 학생지도가 어려운 학부모 입장에서는 오히려 야간자율학습을 반겨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학생들은 야간학습이 폐지되기를 바라는 반면 학부모들은 지속적인 시행을 요구하는 격이다.

충북도교육청이 김병우 교육감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야간자율학습 폐지를 위해 선험적으로 ‘야간교실 개방’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의 야간자율학습이 획일적이고 강압적 개념이 강했다면 야간 교실 개방은 학생 개개인이 자기 주도적으로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도록 교실을 개방하자는 취지다. 기존 방식대로 교실에 앉아 공부를 해도 되고, 토론이나 특정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별도 공간에서 동아리별 학습, 친구 간 멘토·멘티학습을 해도 되는 개념이다.

20년 이상 시행됐던 야간자율학습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저녁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여러 시험을 해볼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지나친 입시과열경쟁이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 발달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부정적이라는 여론에 따라 학부모들은 물론 전국 자치단체가 방과 후 강압적인 야간자율학습보다는 자유롭게 개별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실제 다양해진 입시전형으로 획일적인 자율학습이 오히려 대학진학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경기교육청의 경우 올해부터 야간자율학습 폐지를 위해 석식을 중단하고 교육감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경기꿈의대학’을 추진하고자 했지만 도의회 반대로 무산됐다. ‘경기꿈의대학’은 고교생들이 야간학습 대신 수도권 대학을 찾아가 진로를 탐구할 수 있게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는 정책이었다. 경기교육청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진행하려다 암초에 걸린 셈이다.

전남교육청의 경우는 여론조사 결과 도민과 학부모의 55%가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 폐지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교육청도 고교 야간자율학습·보충수업 전면 금지 방침을 공식화 한 상황이다. 하지만 절대 다수가 아닌 절반을 겨우 넘기는 인원이 찬성했기 때문에 논란이 증폭되면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야간학습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교육부 차원의 입시경쟁이 완화되는 교육정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방과 후 생활지도 방안,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학교 내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좋은 학교를 만들어 가야한다. 야간자율학습 폐지 문제는 전국이 함께 치르는 대입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한 자치단체 교육감의 의지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각 지자체 교육청은 다양한 시도를 통해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며 전국의 교육감들은 좋은 학교 만들기 정책을 취합해 교육부와 협의해야 한다. 결국 교육부 차원의 정책변화가 선행돼야 자치단체별 야간학습폐지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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