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교수

   

북국(北國) 호수 근처의 수풀에 작은 새들이 살고 있었다. 가지에서 가지로 날아다니고 끊임없이 노래하는 행복한 나날이었다. 여기에 돌연 물새 떼가 날아왔다. 포악한 무법자로서 수풀에 들어와서는 선주자(先住者)인 작은 새들을 못살게 굴었다. 작은 새들은 두려워서 “어디 딴 데로 옮겨가자!” 하고 은밀히 타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마리만은 태연했다. 물새들이 들이닥치면 고목나무의 공동(空洞)속에 숨어 있다가 가 버리면 그 공동을 나와서 가지에서 가지로 날면서 즐겁게 노래 부른다.

“너는 떠나지 않을거야? 저 무법자들과 함께 여기서 살 생각이야?”

다른 작은 새들이 의아해 하며 묻자 그 작은 새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함께 살 생각은 없어”

“그렇다면 왜 떠나자고 하는 우리들의 모임에 너만 빠지는 거야?”

“응, 저 새들은 곧 떠날 것이니까”

그 작은 새는 그저 이렇게 말하고 웃어 넘겼다. 그런데 그 말대로 얼마 되지 않아 물새들은 남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다른 새들이 그 까닭을 묻자 그 작은 새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호수는 곧 얼게 된다. 얼어붙으면 그 물새들은 살아갈 수 없지 않겠니? 그러므로 다른 호수를 찾으러 가자는데 나는 그냥 있었던 것이야. 만약 내년 여름에 다시 그 물새들이 온다면 여름 동안만 피난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면 돼”

얼마 되지 않아 새들의 리더가 늙어서 죽자 그 작은 새는 모두에게 추대되어 두목이 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선견력(先見力)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인간 사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선견지명을 갖추고 있으면 갑자기 일어나는 의외의 사건에 휘말리지도 않고 형세의 좋고 나쁨에 따라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도 않는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자신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대’라는 상호를 세계의 기업으로 부각시킨 한국의 실업가 정주영, 그는 수출 산업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중공업체제를 이룩함에 있어 다른 기업보다 한 발 앞서는 선견력(先見力)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중공업체제의 형성에 있어서 발휘된 그의 선견력과 통찰력은 현대 그룹을 1980년대에 한국 기업그룹의 선두주자(先頭走者)로 만들어 냈던 것이다.

‘HYUNDAI’는 조선(造船)에서, 건설에서, 자동차에서 세계의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선견력(先見力 )은 그래서 좋고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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