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김지운 감독에 정우성, 이병헌, 송광호 주연의 영화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있다. 대부분 영화와 같이 나쁜 놈은 좋은 놈보다 먼저 죽는다. 영화를 보면 무엇 때문에 좋은 놈, 나쁜 놈으로 분류되고 이상한 놈으로 취급받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통합보다는 영화처럼 나누어지고 있다. 가장 큰 남북 분열에서 시작해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호남과 영남, 구세대와 신세대, 전통과 현대에서부터 촛불과 태극기로 나누어졌다. 이렇게 나누어서 내 편은 좋은 놈, 상대편은 나쁜 놈으로 구분하고, 학생 운동하던 정치인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으니 이상한 놈이 됐다. 이렇게 분류해 서로를 나쁜 놈이라고 하니 모두가 나쁜 놈이 됐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의 정치체제를 설명하는 다원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제시된 엘리트 이론에 의하면 엘리트들이 자기 이익을 위하여 조작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다원주의 이론은 정치체제는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되어 상호 타협과 조정으로 모든 집단의 이익이 통치나 정책에 반영된다고 본다. 그러나 엘리트 이론은 사회는 권력을 가진 소수의 엘리트와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구분해 국가의 정책이나 통치는 엘리트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일반 대중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추진한다고 본다. 그리고 엘리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비 엘리트 계층이 자기 집단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이렇게 해서 개천에서 용이 나지 못하게 한다.
엘리트는 일반 대중은 소극적이고 무지해서 그들의 감정은 쉽게 조작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분열이 엘리트에 의해서 형성된 사회구조라는 것은 분열과 나눔으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일반 대중이 아닌 엘리트 집단이라는 사실로 입증할 수 있다. 즉 대중을 조작해 서로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은 나누어짐으로 이익을 얻는 엘리트 집단이다.
정권을 잡고자 하는 정치 엘리트는 보수와 진보로 나누어 자기 세력을 확대하고, 촛불과 태극기를 좋은 놈, 나쁜 놈으로 조작하고 있다. 지금 정치, 경제, 사회의 엘리트 집단은 조합을 형성해 자기 이익을 일반 국민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대중을 분열시키고 있다. 촛불에 대응해서 태극기를 들게 하고, 통일을 외치면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을 종북으로 몰아치고, 경제란 명분으로 재벌 총수의 불법 행위를 무마하면서 자기들과 다른 주장을 펴는 사람을 나쁜 놈으로 분류하여 억압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한술 더 나아가 이를 비판하는 사람을 이상한 놈이라고 왕따를 시켜서 매장한다.
정치 세계에 가장 자주 사용되는 꼼수 통치술은 분열시켜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분류하여 지배하는 방법이다. 청와대 블랙리스트가 그의 대표적 증거이다. 지금 탄핵 정국을 지연시키고, 헌재와 사법부를 불신하는 것이 분열을 위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