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고대 전쟁에서 북소리는 병사들과의 소통이자 군대 사기(士氣)의 중요한 요소였다. 북을 한 번 울리면 병사들은 넓게 서고, 두 번 울리면 결전의 자세를 하고, 세 번 울리면 적진을 향해 전진하고, 네 번 울리면 빨리 걷고, 다섯 번 울리면 급히 달려가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였다. 춘추시대 무렵, 제(齊)나라가 기습적으로 노(魯)나라의 국경을 쳐들어갔다. 노나라 군주 장공(莊公)은 크게 놀라 서둘러 조말(曺沫)을 장군으로 삼아 군대를 출정시켰다. 두 나라는 장작(長勺)이라는 곳에서 진영을 맞대고 교전을 준비하였다. 장공이 급하게 진격할 채비를 하자 조말이 아직 이르다고 말렸다. 이때 제나라 군대에서 요란한 북소리가 세 번 이어졌다. 북소리가 끝나고 나자 조말이 말했다.

“지금이 바로 공격할 때입니다!” 이어 조말은 전군에 진격을 명하고 북을 치게 했다. 노나라 병사들이 한 치의 틀림도 없이 북을 한 번 크게 두드리자 그 웅장함이 벌판을 가득 메웠다. 병사들은 사기가 올라 모두들 용감하게 진격하였다. 제나라 군대가 그 기세를 당해내지 못하고 대패하여 도주하였다. 노나라 장공이 그 승세를 이어 제나라 국경 너머까지 추격하자 조말이 황급히 말렸다.

“아니 되옵니다. 군주께서는 잠시 멈추셔야 합니다.”

조말이 수레에서 내려 제나라 군대가 지나간 수레바퀴자국을 자세히 살폈다. 이어 멀리 도주하는 제나라 군대의 상황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장공에게 말했다.

“군주께서는 이제 다시 추격하셔도 됩니다.”

승세를 탄 노나라 군대는 질풍노도와 같이 밀고 들어가 제나라 군대를 궤멸시켰다. 노나라의 완벽한 승리였다. 개선장군이 되어 귀환하는 길에 장공이 조말에게 물었다.

“장군은 나의 행동을 두 번이나 말렸는데 그리한 까닭이 도대체 무엇이오?”

이에 조말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무릇 전쟁이란 병사들의 사기(士氣)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사기는 북을 처음 울릴 때 가장 왕성하고, 두 번째 울릴 때면 조금 쇠퇴해지고, 세 번째 울릴 때면 이미 사라지고 맙니다. 제나라 군대는 북을 세 번 두드리는 동안 사기가 사라졌고, 우리는 북을 한 번만 울려 사기를 왕성하게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이어 달아나는 제나라 군대를 뒤쫓을 때에도 혹시 국경 근처에 매복이 있지 않을까 염려하여 추격을 멈추라 한 것입니다. 적의 바퀴를 살핀 것은 혹시라도 거짓으로 도주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 그 진위를 살핀 것입니다. 하지만 도망친 바퀴자국이 어지럽고, 깃발 또한 거꾸러뜨린 채 버려두고 간 것을 보고 적이 틀림없이 패하여 도주한 것이라 판단하여 추격해도 좋다고 한 것입니다.”

이는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실린 이야기이다. 이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 일고작기(一鼓作氣)이다. 북을 한 번 두드려 병사들의 사기를 높인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처음에 기세를 올려 단숨에 처리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싸움의 으뜸은 신속함에 있다. 당파싸움이든 탄핵정국이든 신속해야 나라를 구하고 백성을 구하는 길이다. 명분이 좋은 일도 우물쭈물하면 그 사이에 달라지는 법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