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원자력연구원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여부’에 대한 중간발표에 따르면 대전시에 소재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내서 발생한 방사성 폐기물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폐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인식해야할 국책기관이 주민안전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줄 뿐 아니라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연구원이 관리 소홀로 이를 등한시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연구원은 방사선관리구역에서 발생한 콘크리트 폐기물을 외부에 매립했고, 공릉동 연구로 해체 시 발생한 콘크리트·토양 일부도 연구원 내에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작업복 세탁수 등 액체방사성폐기물을 무단 배출했고,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사용한 장갑·비닐 등을 무단 배출하거나 소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시민의 제보로 밝혀진 만큼 감독기관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뿐 아니라, 그간 어느 정도의 불법 행위가 저질러졌는지 철저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한다.

핵재처리실험저지30㎞연대 및 50여개의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과 충남, 충북, 세종에 거주하는 엘리트 연구자 280만 명은 물론 온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과 해악을 끼쳤기 때문이다. 원자력연구원이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기관이 됐다. 불법과 위법에 중대하게 관여한 책임자들을 반드시 처벌해야하며 관리 감독기관인 원자력위원회 역시 감독을 소홀히 하고 규제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를 계기로 연구원의 핵재처리와 고속로 연구개발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연구용 원자로(하나로) 내진 보강공사를 둘러싼 공사 전 설계검증 미흡과 졸속공사 시행에 대한 의혹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

연구원은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고 공개사과 해야 한다. 방사성 물질은 주민 건강에 치명적이다. 시간이 지나거나 일시적으로 피한다고 해결될 물질이 아니다. 한번 방사성 물질에 노출될 경우 2세, 3세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물질이다. 최근 제주항공의 경우 3월부터 후쿠시마 부정기 항로를 운항할 계획이지만 방사능 노출 문제를 우려한 승무원들이 탑승업무를 거부한다고 알려졌다. 후쿠시마 지역은 지난 2011년 대지진으로 인한 원전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대량 누출됐던 곳이다. 후쿠시마 지역은 일본 정부가 피난지시를 해제한 지 3년여 지났지만 원전 부근 방사능 수치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현지 주민들조차 복귀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승무원들이 방사능 오염을 우려, 탑승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선발, 투입하는 것은 사주의 횡포다. 승무원들의 건강과 안전은 도외시한 처사다. 승무원들로서는 당연한 ‘업무거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방사성 물질의 안전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 같은 위험성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연구원이 폐기물 처리를 원칙에 따르지 않았다는 것은, 단지 한두 직원들의 불찰로만 보기에는 터무니없다. 연구원 책임자의 강력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 방사성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는 국민 수용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를 정부와 연구원 등은 귀 기울여야 한다.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