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북예술고 교사

지나간 과거 사실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을 것 같은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개인의 차이도 그렇지만, 이것이 나라로 확대되면 완전히 정반대의 시각으로 비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임나일본부를 두고서 한국과 일본의 고대사 연구자들이 전혀 딴 소리를 하는 것이며, 광개토왕릉비를 놓고 한중일 세 나라의 연구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 게다가 근래에는 정신대 문제와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를 놓고서 한중일 삼국이 모두 서로 다른 견해를 내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고, 그것이 현실의 외교문제를 여러 곳에서 힘들게 합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사실이 아니라 현실을 규정하는 강력한 요소임을 아주 잘 보여줍니다.

이런 사실이 피해자와 가해자 측의 관계라면 또 미묘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본군의 중국에서 저지른 난징대학살은 누가 보아도 인류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범죄인데, 일본의 우익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최근의 우익 바람에 힘입어 이 무자비한 학살을 정당한 것이라고 오히려 정당화 하려는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신사참배를 놓고 매년 한중일 정치인들이 벌이는 논쟁을 보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세 나라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서 역사를 쓸 수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절로 듭니다.

이 책은 이런 의구심을 해소시켰다는 점에서 동북아 평화의 기초를 다진 책이라고 칭찬해도 좋습니다. 각기 다른 견해를 지닌 세 나라의 학자들을 한 곳에 모으기도 힘든 일인데, 그런 일을 꾸준히 추진하여 세 나라 학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역사서를 냈으니, 동북아 평화에 이보다 더 큰 공로를 세우기도 어렵습니다.

이것이 기준이 돼서 미래의 어른으로 자랄 오늘의 청소년들이 이웃나라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기준이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보통 저자가 많이 참여하면 논의의 초점이 흐려지거나 주제가 혼란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도 모범을 보입니다. 동양 3국의 합의가 평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1권: 국제 관계의 변동으로 읽는 동아시아의 역사, 2권: 테마로 읽는 사람과 교류의 역사.

1권은 우리가 흔히 역사에서 많이 배우는 정치사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2권은 문화라고 하는 게 옳을지 모르겠습니다. 동양 3국이 교류하며 생활방식과 사회 구조에 변화를 일으킨 중요 요인들을 주제로 잡아서 정리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는 점에서 다른 역사책과 구별되는 독특하고 값비싼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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