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여지 없도록 조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 측의 대면조사 ‘비공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향후 특검과 대통령 측의 재협상 과정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대통령 측의 일방통보식 조사 거부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드러내는 동시에 최대한 강하게 조사 필요성을 압박하는 의미가 커 보인다. 다만 ‘비공개'의 구체적인 수위에 관해 조율할 여지를 남겨놓은 점 등을 볼 때 사실상 전혀 양보나 타협의 여지가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대면조사를 언급해 온 대통령 측의 부담이나 수사의 완결을 위해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 특검 측의 입장을 감안할 때 모두 타협과 조율의 여지가 여전히 있다는 것이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9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추후 여러 상황을 구체적으로 조율해야겠지만, 이번 과정에서 드러난 상호 간 논란의 여지가 된 부분은 가급적이면 없도록 조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비공개로 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비공개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상호 간에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급적 피할 것"이라고 반복했다.

지난 7일 한 방송에 ‘9일 대면조사' 방침이 보도되자 박 대통령 측이 특검을 ‘유출' 주체로 지목하고 연기 입장을 밝히면서 양측의 대면조사 관련 협상은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다. 특검과 대통령 측은 이날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측은 특검의 ‘약속 파기'에 반발했으나 조사 사실을 ‘사후 공개'하기로 했다는 양쪽의 합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이 자체가 더 논란이 됐다. 앞선 협의 과정에서 특검 측은 일정과 장소, 공개 여부 등에 대해 박 대통령 측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면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전에 날짜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검법에 민감한 피의사실 등을 제외하고는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공개하게 돼 있음에도 대통령 측이 날짜 공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게 결국 ‘시간 끌기'나 조사 ‘거부'를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특검이 자체적으로 대면조사를 ‘구걸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논란 여지를 없애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오면서 향후엔 대통령 측의 편의를 봐주는 대신 ‘원칙론'을 앞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 측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양쪽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 측이 공식 부인하는데도 “특검이 날짜를 유출했다"며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시간을 끈 대통령 측의 향후 태도 변화 여부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