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 이어 8일 경기 연천 지역에서도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처가 피해를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대한민국 최북단인 연천은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보은 지역과 200㎞ 이상 떨어진 곳이어서 두 지역 간 직접적 전파 가능성이 희박함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히 이동에 의한 전염 보다는 다른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보통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 범위가 육지의 경우 약 60㎞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농장 사이에 직접 전파 가능성보다는 중간에 다른 지역을 거쳤거나 또 다른 전파 원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과 정읍 농가가 주입한 항체형성률이 현저히 낮았던 것과 관련, 검역당국이 기존 조사 방식에 한계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기존의 항체형성률 조사 방식은 한국에서 사육 중인 모든 소 개체수의 항체형성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표본조사 주기와 방식을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방식이란 전체 사육두수에 상관없이 농가 1곳당 무작위 선정한 소 1마리만 검사하는 방식이다. 운 좋게 처음 검사한 1마리의 항체가 형성돼 있으면 해당 농가는 항체 형성률이 100%로 간주된 셈이다. 소 전체 사육마릿수 314만마리 대비로 보면 0.3% 정도만 검사하는 데 불과하다. 어처구니없는 엉터리 통계 검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구제역이 잇따라 확진된 보은과 정읍 농가의 항체형성률이 각각 20%, 5%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역본부는 이제 와서 농장별로 검사 마릿수를 기존 1마리에서 6마리(농장 5마리, 도축장 1마리)로 늘리고, 동시에 무작위로 표본을 선정하지 않고 사육두수와 소 성별과 연령별로 검사하는 쪽으로 관리시스템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해 1회만 실시하는 항체 형성 여부 조사 주기를 분기별로 한번씩, 연간 최대 4회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리 시스템의 문제 역시 새롭게 제기된 것이 아니다.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관리시스템 개선이 반듯이 등장했던 것을 감안하면, 반복되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구제역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검역본부는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일부 농가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를 알면서도 방관하거나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마련하지 않은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명확한 개선책을 내놓거나, 부작용이 없다면 농부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등을 통해 백신에 대한 불신을 사전에 막았어야 한다. 예측 가능한 문제들을 미온적으로 대처해 화를 키우고 있는 양상이다. 농부들이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없도록 적극적이고 정확한 홍보를 통해 지금부터라도 더 큰 피해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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