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권 행보로 인해 충주시와 음성군 등이 ‘반기문’이라는 명칭을 달고 추진하던 사업을 변경하거나 취소한바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관련 지자체가 명칭 재사용 여부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음성군은 반 전 총장이 태어나고 선영이 있는 고향이고, 충주시는 그가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낸 곳이다. 두 지자체는 반 전 총장이 유엔에 입성한 후부터 여러 가지 사업에 ‘반기문’이라는 명칭을 경쟁적으로 사용해 왔다.

음성군은 2007년 반 전 총장이 8대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반기문 전국마라톤대회’를 시작해 매년 치렀으며 충주시는 ‘반기문 꿈자람 해외연수’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충북도교육청도 ‘반기문 영어 경시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생가복원과 기념관, 전시관, 광장, 동상건립 등 여러 시설에 반기문을 브랜드 삼아 관광자원화 사업을 진행하거나 계획돼 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퇴임과 함께 대선 유력 주자로 대권행보를 시작하면서 선거법위반 등의 이유로 명칭 사용을 철회해야 했다.

충주시와 음성군 등 자치단체가 어느 정도 신중하지 못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각종 기념사업이나 행사가 어떤 한 개인을 성역화하고 의인화 하는데 쓰일 때는 그 인물에 대한 철저한 평가와 검증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때문에 그 인물을 성역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살아있는 인물은 배제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살아있는 사람의 경우 죽기 직전까지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존경받는 인물이라면 더욱 그 같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반 전 총장의 경우 임기를 마치고 전 세계가 어떤 평가를 내리는지 지켜봤어야 하며 그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이라면 사후에 고향 후손들이 다양한 기념사업을 통해 그의 공적을 기리며 후손들의 귀감이 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임기 중이나 임기 후 세계의 각종 언론에서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특히 퇴직 후 입국해 보여준 행보는 국민이 기대한 국가 어른으로서의 면모 보다는 여러 비리 의혹과 함께 권력욕심이 많은 어른이 되었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인지도가 예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뿐 아니라 다시 지자체들이 ‘반기문’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자 한다면 오히려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지자체들의 성급한 실적 올리기가 부른 참사라고 볼 수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지자체들의 각종 반기문 관련 사업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우선 ‘반기문’ 명칭을 재사용해서는 안 된다. 설사 대권도전을 포기 했더라도 한 인물을 성역화 하거나 의인화 하는 일은 사후(死後)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칫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같은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반 전 총장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사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단지 고향이라는 이유로 과대포장하려 든다면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더욱 가혹한 비난을 받을 수 있다. 부디 관련 지자체들은 어리석은 정책을 반복해 시행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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