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치(治)란 다스림을 말한다. 작게는 스스로 행동을 엄하게 제재하는 것이고, 크게는 체제와 제도와 질서가 편안하고 안정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고, 엄하고 강폭하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처음에는 독재로 시작할지 모르지만 점점 사회적 합의를 중요시하고, 발단은 특정인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지만 점차 국민을 위한 배려로 변모하는 특징이 있다. 특정인에서 국민으로 가기까지 다스림은 많은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다스림이 정착되면 국민이 부유해지고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이다.

부강한 나라는 항상 튼튼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그중 제일 강한 것이 군대와 국방이고, 제일 엄한 것이 청렴과 정직이다. 군대가 허약하면 외부의 침입과 혼란이 끊이지 않고, 관료가 부정부패하면 나라가 한 순간 거덜 나고 만다. 그래서 국방은 항상 유비무환이 필요한 것이고, 관리에게는 공익과 사회적 정의를 중요시하여 엄한 벌이 뒤따르는 것이다.

장한(張瀚)은 명(明)나라 때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명석하고 행실이 바른 자였다. 1535년 진사벼슬에 올라 후에 대신에까지 이르렀다. 어느 날 장한이 어사로 부임하게 되자 직속상관이던 왕정상(王廷相)을 찾아가 인사를 올렸다. 왕정상이 이를 반갑게 맞아들이고 장한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하루는 왕정상이 조정의 명을 받아 가마를 타고 성 밖으로 나가는 길이었다. 성문을 나서자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가마꾼들은 마침 그날 새신을 신은 터라 물이 고이지 않은 좋은 길만 골라서 발을 디뎠다. 신발이 더러워질까봐 염려해서였다. 그렇게 조심한다며 땅을 골라서 딛던 가마꾼들이 어느 순간 방심한 탓인지 그만 흙탕물에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새 신발이 젖은 것은 물론이요, 신발 속까지 온통 진흙탕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가마꾼들은 이내 땅을 가리지 않고 첨벙첨벙 막무가내 가마를 몰았다. 자신의 신발이 더러워지든 말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왕정상이 이야기를 마치고 장한을 쳐다보며 말했다.

“처세의 이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네. 자네가 한 순간 방심해 한 번의 실수를 저지른다면 두 번 세 번 실수에는 눈 하나 깜짝 안하게 될 것일세. 사람은 흙탕물에 발을 디디기 전에는 깊이 경계하고 조심하지만, 한번 디뎠다 하면 심리적으로 경계심이 무너져버리는 걸세. 어차피 더러워졌는데 뭐가 어때? 그러다가 결국 흙탕물 속에 갇혀 사는 습관이 되고 마는 거라네. 그러니 공직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늘 자신을 단속하고 채찍질하는 것을 잊으면 아니 되네.”

장한이 깊이 감복하여 그 교훈을 일평생 가슴에 새겨두고 잊지 않았다. 이는 장한의 저서 ‘송창몽어’에 있는 기록이다.

전거가감(前車可鑑)이란 앞에 가는 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뒤따르는 수레가 조심한다는 뜻이다. 과거 조상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 후손들이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자신을 다스린다는 의미이다. 군자는 자신을 다스림에 있어 흙탕물에 빠지지 하도록 하는 것을 으뜸으로 삼는다. 반면에 소인배는 한번만 뇌물을 받고 다음에는 하지 말아야지를 으뜸으로 삼는다. 이제 공직을 시작하는 이들이라면 가슴에 새겨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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