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설 연휴 직후 13%의 지지율을 누가 가져가는 수혜를 입을지가 대선판도의 관건이 되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선언 직후인 1일 오후 JTBC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지지율면에서 역시 문 전 대표가 26.1%를 차지하며 1위를 유지했다. 문제는 2순위다. 현재 대선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며 그 뒤를 안희정 충남지사가 차지했다. 그 뒤를 촛불정국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오차범위 내에서 잇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빈자리에 대해 여권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야권에서는 안 지사가 수혜를 입게 된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표현처럼 이 같은 분위기가 언제 어떻게 반전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로서 충청대망론을 꿈꿨던 충청권에서 반 전 총장에게 보였던 표심이 안지사로 옮겨가는 것은 인지상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 지사의 ‘시대교체 바람’이 단순히 반 전 총장의 불출마선언으로 인한 수혜라고만 볼 수 없다.

실제 안 지사는 지난달 22일 서울 대학로에서 온·오프라인 5시간 즉문즉설 출정식 생중계 이후부터 지지율이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설 연휴기간 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율 상승을 보인 후보다. SNS를 통한 소통이 전 연령층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하면서 민주당경선에 새로운 다크호스로 부각된 것이다. 이 시장의 지지율 하락과 국민의 당 안 전 대표의 지지부진한 성적에 비해 안 지사에 대한 지지는 야권주자들끼리의 경쟁에서 문 전 대표 다음을 차지할 만큼 치고 올라왔다. 말하자면 상승기류를 타고 있던 터에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더해져 충청권 표심이 자연스럽게 안 지사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안 지사가 2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안 지사가 내놓고 있는 선거 구호는 ‘시대교체’다. 30년 직업정치인으로서 민주주의를 잘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해 왔다는 점과 단 한 번도 정당을 배반한 적이 없는 신의의 리더십을 장점으로 내놓고 있으며 박정희식의 국가경영체제를 바꾸는 시대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안 지사의 대권도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선에서 엄중한 검증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최근 사드는 잘못됐지만 ‘국가 간 협의를 깨기는 어렵다’는 말이나 역대 대통령들의 경제정책 계승 발언 등에서 우 편향돼 가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표를 얻기 위한 단순한 우편향이 아닌, 자신만의 소신이며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것을 국민들에서 어떻게 설명하고 소통할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안 지사가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선거에서 무조건 이기기 위한 공약남발보다는 합리적인, 국민을 위한 정책으로 시대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에 공감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며 모두를 끌어안을 수 있다는 확장성에 대한 기대이며 경쟁을 위해 지나친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정치판에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는 바람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러한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남은 과제는 각 분야에서 좀 더 구체적인 정책이 다른 후보들과 어떻게 차별되는지, 확고한 리더십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충청권, 중원의 중심인물로서 30년 직업 정치인다운 뚝심과 소신으로 이루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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