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설 명절을 전후해 각종 모임에서는 떠도는 말이 ‘정치와 민심’이다. 정치이야기를 하면 견해 차이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싸움까지 한다. 관심 없는 친구들은 그러한 분위기에 싫증을 느껴 심지어 자리를 빨리 뜨는 경우도 많다.

요즈음 미국 트럼프 당선 이후 보호주의 장벽 외교의 문제, 일본 위안부와 독도문제, 최순실 게이트와 얽힌 재벌총수의 구속문제, AI여파로 인한 물가상승, 청년실업자 증가 문제 등 경기한파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정치인들이 ‘설 민심을 받들어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민심을 잡아야 한다고 각 정당들이 미묘하게 정치 전략을 세워 발표한다. 설 민심은 민생현안을 최우선적으로 챙겨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곳에서 나온다.

어느 당은 이번 설 민심 대세론은 ‘정권교체' 네 글자라고 하며 정권교체에 기대를 걸어보자고 한다. 또한 국정과 민생 안정을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탄핵으로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를 구축해 국가가 안정의 길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있었다며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민심 깔려있다’고 전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한 민심에서 본다면 세계의 파고를 헤쳐 나갈 국가 방향의 전환점에 제동이 걸리는 드라마 같은 현실이 모두가 말장난 같다. 모두가 진전한 국민을 위한 소리를 듣고 곧바로 실행하려는 국회의 각오보다 조직적으로 당리당략을 위해 우매한 국민을 엮어서 새로운 세력창출을 꾀해보려는 의도가 강한 전략들이 난무하다.

이제는 신문지상에서 떠드는 ‘민심을 잡아야 한다’는 말조차 듣기 싫다. 형식적인 대선행보를 위한 홍보적인 사진이나 말들을 내놓고 반짝이는 정치인들의 겉치레의 행동들이 민심을 얼마나 알아서 정치에 반영할 생각을 할까? 말들만 내놓아 민심을 얼마나 당리당략에 이용할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예전보다 썰렁한 설 명절 분위기에서 민심을 챙긴다는 정치권! 각종 부패·비리 사건이 터졌다 하면 국회의원, 정부의 권력실세 이름이 거명되는 것은 다반사요, 정치권의 혼란과 폭력사태는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던 약속은 어디 가고 민심을 대표하겠다고 자처한 국회의원들이 이 수준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서글퍼하고 있다. 정치권의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고 국민들은 정치권에 등을 돌리는 사태가 요원의 불꽃처럼 펴지고 있는 듯하다.

정도전을 기리는 기념관에서 가 본 기억이 있다. 그의 위민사상 ‘대저 왕은 국가에 의존하고, 국가는 백성에 의존한다. 그러므로 백성은 국가의 근본인 동시에 왕의 하늘이다’라고 한 구절이 생각난다. 즉, ‘왕보다 국가가 우선하고 국가보다 백성이 우선하므로 백성은 가장 귀중한 존재이다.

정치에 있어서 통치자나 통치권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국가의 법제나 시설은 백성을 위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민본주의요 위민사상이다. 통치자가 민본·위민의 원칙을 저버리고 부당한 통치행위를 했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민심의 소재가 통치권의 정당성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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