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영 건양대학교 군사경찰대학 교수

2월 4일은 절기상 입춘(立春)이다. 말 그대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다. 매년 오는 절기이지만 금년도 입춘은 그 어느 해보다도 왠지 느낌이 다른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아마도 지난해에 촉발된 국가적 혼란이 다가오는 봄과 같이 하루빨리 잘 마무리되고 새롭게 시작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겨있어서 그럴 듯싶다.

봄은 늘 우리들에게 새로운 소망을 안겨주는 계절이다. 각 가정에서는 겨울동안 쌓였던 먼지를 깨끗하게 털어내고 대청소를 한다. 그리고 농부들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다. 온갖 나무들과 풀들도 새싹을 피운다. 온 동산에는 꽃들이 만발한다. 집집마다 대문에는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써 붙인다. 봄과 함께 좋은 일, 경사스러운 일이 가득 넘쳐나길 바라는 참으로 따스하면서도 소망이 넘치는 글귀이다. 글귀처럼 소망이 넘치는 한 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국민들 모두가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대하고 멋진 국가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바람 잘 날 없었던 굴곡의 역사였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엘빈토플러(Alvin Toffler)가 말한 인류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마치 우리 역사를 두고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5천년 역사 속에 930여회 외침을 받아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강토는 훼손되고 백성들의 마음은 여러 차례 상처를 입었다. 일제의 치하에 36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나라 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도 겪었다.

6·25전쟁이라는 동족 간의 전쟁으로 인해 민족은 갈라지고 모든 것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고통도 겪었다. 누가 보아도 다시는 도저히 재기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그리고 60여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의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를 두고 세계인들은 주저하지 않고 기적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결코 기적이 아니다. 온 국민이 하나같이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저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고 본다. 지금 시기가 우리국민들이 과거에 보였던 저력을 다시 한 번 보일 때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시작되는 봄과 함께 우리들의 자화상을 돌아보면서 과연 국가를 위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다시는 과거에 겪었던 아픔 속으로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끝냈다고 호언장담하면서 국제사회와 남한을 향한 도발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주변국들은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한반도에서의 주도권 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눅눅해 보이질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민국은 여전히 탄핵 정국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새봄과 함께 다시 한 번 소망을 가져보자. 지금 이 아픔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더욱 성숙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 보자. 그래서 이 봄에 아무런 걱정 없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노래를 마음껏 불러보는 것은 어떨까. 그런 좋은 봄이 되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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