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이명희 민화연구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 열 두 가지 중 하나가 작품감상이다. 그렇다면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건강한 삶을 선택받은 행복한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충북대병원 문화전시실의 작품감상을 즐겨한다. 정신병동에 미술요법 봉사를 시작한지가 벌써 삼 년이 넘었으니 그간 감상한 작품 수만도 상당하다.

‘살아서 돌아간다’208일 동안의 사하라 사막 전구간 도보횡단 기록을 세운 최종열 단장이 마지막 종착지인 홍해 바다에 뛰어들며 외치는 장면 뒤에서 장세돈 대사와 현지 주민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그의 세계기록을 환영하고 있다.

케냐의 삼부루 국립공원, 스위트 워터스, 코티드 부아르 농촌, 그리고 탄자니아의 하자베족과 세렝게티의 얼룩말 등이 전시된 공간이 더 없이 푸르고 넓고 자유스러워 보인다.

나무 그늘 아래 쉬고 있는 말린디의 표범들을 바라보면서 오늘날 마라톤 왕국이 된 케냐 선수들을 생각했다.

각종 세계대회에서 페이스컨트롤 선수가 우승을 한 진기록이 있는 그들. 내리 1등부터 3등까지 차지한 적도 있는 발군의 실력들이 어디서 나오는가. 아마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태동할 수밖에 없는 천혜의 조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뜨거운 태양 아래 상의를 벗은 채 활을 메고 간단한 가죽신만 신은 채 사냥을 나가 동물을 좇아 뛰어다니는 그들의 삶 자체가 마라톤이 아닐까.

208일 동안 무려 8천800㎞의 거리를 달린 최종열 단장의 ‘살아서 돌아간다’의 메시지가 전시공간을 인내와 끈기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의 메시지가 마치 믿음으로 홍해를 건너 출애굽에 성공한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사진전을 감상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반드시 건강을 회복해 살아서 돌아간다는 믿음으로 자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95병동으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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