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솔 홍익불교대학 철학 교수

1930년 이때 일본 경제계에 공황(恐慌)이 불어 닥쳤다. 공장의 축소, 폐쇄가 잇달았고 노동쟁의가 그치지 않았다.

마츠시타 전기(松下電器)도 예외일수 없었다. 한창 늘어가던 판매고가 반 이하로 격감되고 창고는 재고를 다 쌓을 수 없을 정도였다. 마츠시타로서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바야흐로 운명의 기로에 섰던 것이다.

이때 사장인 마츠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사내의 중역, 간부들로부터 끈질기게 결단을 강요받은 것은 ‘이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업원을 반으로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당시는 호경기일 때는 사원을 대량 채용하고 불황이면 재빠르게 해고시키는 것이 유행처럼 행해지던 시대다. 그런 만큼 실업자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확실히 불황에 직면하여 경영을 합리화하려면 인원의 정리, 경비의 절감이 가장 손쉬운 방법일 것이다.

이른바 감량 경영(減量經營)이다. 그러나 무엇이라 해도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을 코스트 면으로만 다룬다는 것은 긴 안목으로 볼 때 결코 현명한 방법일 수는 없다.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인가. 드디어 마츠시타는 결단을 내린다.

“…생산은 당장에 반감(半減)한다. 그러나 종업원은 한 사람도 해고하지 않는다. 공장은 반나절만 근무하되 종업원의 급료는 전액 지급한다. 그 대신 모든 사원은 휴일을 폐지하고 재고품의 판매에 전력을 다하라. 반나절분의 임금 손실은 긴 안목으로 볼 때 일시적인 손실로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부터 발전해야 할 회사가 애써 채용한 우수한 종업원을 버린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 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밀고 나가자 두 달도 못되어 산적(山積)했던 재고품은 일소되었다. 그때 종업원들의 감격을 생각해 보라.

공원들은 반나절의 일을 끝마치면 모두가 맹렬한 세일즈맨이 되어 이집 저집의 문을 두드렸고 영업부 사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한 개라도 더 팔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래서 공장은 다시 정상 조업에 들어갔고 여러 가지 새 분야를 개척, 대약진의 기틀을 구축했던 것이다. 호황일 때 일 손이 모자랄 때는 그저 사원들의 비위를 맞추고 불황일 때는 서슴없이 목을 잘라 버리는 자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위기에 부딪쳤다고 해서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도피할 구멍만을 찾아서는 안 된다. 위축되면 곧바로 파국(破局)이 닥친다. 위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찬스인 것이며 위기를 찬스로 역전(逆戰)시키려는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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