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수는 그 길로 동몽회 대방 강수를 데리고 송만중이 떠난 청풍 읍내 주막집으로 가기 위해 강을 건넜다. 주막집에는 송만중 밑에서 장사를 하는 보부상들과 그를 따라 다니는 무뢰배들이 마당 곳곳에 퍼져 술을 마시고 있었다. 봉화수는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주막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주막집은 송만중 패거리들이 떠들어대는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송 객주 어른, 계시니이까?”

“누구냐? 우리 객주 어른을 찾는 놈이!”

누룩돼지같이 생긴 무뢰배 녀석이 거들먹거리며 나타나 봉화수 앞을 가로막았다.

“네놈 같은 무뢰배가 나설 자리가 아니다. 대행수께서 하시는 일이니 썩 물러 섯거라!”

봉화수가 눈을 부라리며 당차게 대거리를 하자 녀석이 움찔했다.

“아무리 대행수라도 니 놈 행수지 내 행수냐? 냉큼 소간을 알리지 않으면 혼구멍을 내줄테다!”

“이놈! 모가지가 여러 벌이냐? 미련 곰투가리처럼 생겨가지고 말귀를 못 알어 먹는구나.”

“뭐시! 미련 곰투가리? 이놈이 정말 된맛을 봐야 정신이 들려나!”

누룩돼지가 미련 곰투가리라는 말에 벌컥 핏대를 올렸다. 그러더니 적삼을 벗어 땅바닥에 태기를 치며 창 맞은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다. 봉화수는 선 자리에서 꼼짝도 않은 채 그대로 서서 녀석을 노려보았다. 녀석이 멱살을 잡으려는 손을 뻗치는 순간 잽싸게 피하며 봉화수가 날렵하게 녀석을 향해 발끝으로 명치기를 했다. 순식간이었다. 뒤룩한 누룩돼지는 덩치 값도 못하고 가슴을 움켜진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러자 주막집 툇마루에서 탁주를 마시던 무뢰배 서넛이 소매를 걷어붙이며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순간 봉화수가 비호처럼 몸을 돌리며 물구나무 쌍발치기로 앞서 나오는 녀석의 면상을 찼다. 대방 강수는 나머지 녀석들을 향해 팔랑개비처럼 공중재비를 하며 돌개치기를 했다. 그리고는 남은 녀석의 무릎을 차고 오르며 상대의 면상을 향해 번개같이 대갈받이를 했다. 눈 깜박할 새였다.

“아이고!”

“어이쿠!”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봉화수와 강수의 행동이 얼마나 재빨랐는지, 송만중의 수하 무뢰배들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소매를 걷던 모양새 그대로 고목 넘어가듯 쓰러지며 주막집 마당 여기저기에 나뒹굴었다. 무뢰배 한 녀석은 코뼈가 부러졌는지 얼굴을 감싼 손바닥 사이로 벌건 선혈이 낭자했다. 영문을 모르는 술꾼들까지 몰려나와 주막집 마당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왜 이리 밖이 시끄러우냐?”

밖에서 벌어진 소동에 주막집 빗살문이 열리며 잔뜩 위엄 서린 송만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 객주 어른, 접니다.”

봉화수가 깍듯하게 인사를 차렸다.

“네놈은 봉가 놈이 아니더냐?”

송만중이 송곳눈을 뜨며 물었다.

“대행수 어르신 전갈을 가지고 왔소!”

“다 끝난 마당에 무슨 전갈이더냐?”

북진여각 최풍원의 전갈이라는 말에 송만중이 조금은 위엄을 풀며 물었다. 송만중의 수하들이 떼를 지어 봉화수와 강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며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은 채 노려보고 있었다.

“주변을 좀 물려주십쇼!”

“으흠…….

송만중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수하들에게 눈짓을 했다.

“마당에서 소간을 보라 하심이 좋을 듯싶습니다.”

길을 열어주라는 시늉을 하자 송만중의 수하들이 말렸다.

“걱정 말거라. 기별 가지고 온 조무래기다. 두려워할 게 뭐이 있겠느냐?”

송만중이 한껏 목소리에 힘을 주며 거드름을 피웠다.

“안됩니다! 험한 놈입니다.”

“너희는 문 밖에 있거라!”

봉화수를 뒤따라 수하들이 방안으로 들어오려 하자 송만중이 수하들을 물리쳤다.

“들거라!”

 봉화수가 방으로 들어갔다.

“그래, 무신 일인고?”

방안으로 들어온 봉화수가 마주앉자 송만중이 용건을 물었다.

“…….”

봉화수는 대답도 없이 송만중만 노려보았다.

“아직도 최 행수가 내게 남아있는 소간이 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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