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원율 20% 증가·수임건수 감소 등 의사·변호사도 불황에 허덕

#1  “환자가 크게 줄어 매출은 반의 반토막으로 떨어졌는데도 각종 세금은 늘고 임대료까지 오르니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더라고요.” 충북 청주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다 얼마 전 병원을 정리한 김모(41) 전 한의사는 긴 한숨을 내쉰 뒤 아내가 운영하는 학원 셔틀버스를 몰고는 이내 사라졌다.

#2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48)씨는 며칠 전 부가가치세 신고를 한 뒤 가족과 상의를 거쳐 조만간 가게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박씨는 “매출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져 지난해 하반기 6천만원 밖에 매출을 못 올려 원가, 인건비, 임대료 등을 다 빼고 나니 반년 동안 번 수입이 고작 1천500만원 안팍”이라면서 “거기에서 부가세 350만원, 건강보험료 120만원, 국민연금 60만원 등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나니 벌이가 월 100만원도 되지 않아 더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3청주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변호사는 “창피한 얘기지만 돈을 벌기 위해 사무실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창피해서 문을 못 닫고 있는 상황인 변호사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설 명절을 앞두고 한창 대목을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할 자영업자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가장 많은 창업률을 보이고 있는 치킨 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음식점은 물론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들마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최악의 상황이다.

청주시 서문동에서 40년 넘게 유통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모(65)씨는 “군부 쿠데타가 있었던 때나 계엄령이 선포됐던 때도, 야간영업이 제한 됐던 때도, 외환위기 때도 지금보다는 어렵지 않았다”면서 “유독 우리나라만 경기가 어려운 것 같아 다들 정치하는 사람들만 원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엔 의사들의 폐원율 마저 늘고 있다.

25일 청주시의사회에 따르면 2016년 청주에서 병원을 연 개원의는 33명이다.

하지만 같은 해 폐원한 병원은 18곳, 54.54%로 절반을 넘어섰다.

앞서 2015년도에는 22곳의 병원이 청주에 문을 열고 8곳이 닫아 폐원율 36.36%였다. 1년 사이 폐원율이 20% 가까이 올랐다는 얘기다.

몸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아 병원마저도 나가떨어지는 상황에서 법조계라고 평탄하지 많은 않다.

변호사 업계는 오히려 의료시장이나 여타 업계보다 더 힘든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변호사는 늘고 수임건수는 줄어드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충북변협 소속 회원수는 151명으로 형사사건 1천720건을 수임했다.

변호사 1인의 월평균 사건 수임건수가 0.94건에 그치는 수준이다. 전국 평균인 월 1.68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누가 오래 버티냐’일 뿐 더 이상 희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나눠 맡다보니 수임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해마다 2천명씩 배출되는 변호사들로 인해 현재보다도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우식 충북변호사회 공보기획이사는 “변호사 1인당 형사사건 수임건수 비율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면서 “충북지역만 해도 해마다 두 자릿수로 변호사가 늘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임건수는 정해져 있다 보니 이같은 불황은 갈수록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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